[기획] 총신, 다시 시작이다 ① 이재서 총장의 하루
하루 40여 결재 처리, 교직원에 '소신 있게 능력 발회' 강조 ... 학교발전 후원 요청 잊지 않아

총신대학교가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이재서 신임총장이 선출한 것을 기점으로 학교는 회복을 위해서 전력질주하고 있다. 본보는 교단이 총신대의 재도약을 위해서 무엇을 노력하고 기도해야 할 지 연속으로 살펴본다. 그 첫 순서로 총신 변화의 대표적 상징이랄 수 있는 이재서 신임총장의 하루를 소개한다. 총신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교의 내부 상황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 총장과 동행한 그 하루는, 2019년 7월 5일 금요일이다. <편집자 주> 

이재서 총장이 한점숙 사모의 배웅을 받고 관용차에 오르고 있다. 이 관용차는 전임총장들과 함께 이미 30만km를 넘게 달렸다.
이재서 총장이 한점숙 사모의 배웅을 받고 관용차에 오르고 있다. 이 관용차는 전임총장들과 함께 이미 30만km를 넘게 달렸다.

08:50
출근(사당동 모 아파트)

 

총장은 학교 근처에 있는 오래되고 소박한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었다. 20여 년전 분양받았다가 거주한 지 17년째라고 했다. 계단을 내려온 총장은 평생의 반려자 한점숙 사모의 배웅을 받고 관용차에 올랐다. 이 총장의 관용차는 전임총장들 때부터 사용하던 RV 차량으로 주행거리가 30만km를 넘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쌓인 결재서류들을 살피고 있다. 왠만한 것들은 그가 늘 휴대하고 다니는 ‘시각장애인용 PC'로 파악한 내용이다.
출근을 하자마자 쌓인 결재서류들을 살피고 있다. 왠만한 것들은 그가 늘 휴대하고 다니는 ‘시각장애인용 PC'로 파악한 내용이다.

09:00
결재(총신대 총장실)

 

학교 집무실에는 10분 만에 도착했지만, 차 안에 있을 때 걸려온 전화 통화를 끝내기 위해 한동안 머물렀다. 비서실장과 함께 총장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하루를 의탁하는 기도를 올렸고, 곧바로 책상에 쌓여있는 결재 서류를 마주했다. 컴퓨터를 켜고 학내 전산망에 올라 있는 문서를 검토하고 마우스로 승인을 눌렀다. 결재 서류에는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했다. 총장이 하루에 처리하는 결재 수량은 요사이 40여 건이라고 한다.

취임 후 총신공동체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고 있는 총장이 이번에는 대학과 신대원 팀장 직원들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후 총신공동체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고 있는 총장이 이번에는 대학과 신대원 팀장 직원들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가졌다.

09:30
팀장회의 주재(총신대 회의실)

 

총신대학교와 총신대신대원 직원의 대표들이라고 할 수 있는 팀장 13명 가운데 12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총장과의 상견례를 겸한 자리에서 이 총장은 학내 화합과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하면서 팀장들의 협력을 구했다. 팀장들은 총장에게 직원들이 느끼는 학교의 상황과 직원으로 느끼는 애로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모 팀장은 “과거와 달리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해주고, 노력해서 성과를 이루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댓가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총장이 “안다. 나는 눈감고 앉아서도 양지 일도 볼 수 있다”고 농담을 해서 무거워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총장은 “정실인사나 보복인사를 하지 않고 능력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철 대학행정처장은 “총장과 직원 팀장들과의 간담회는 몇 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소통을 위한 총장의 노력을 존중하며 기대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11:30
다시 결재(총장실)

팀장회의는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총장은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서 결재 서류를 살펴보며 보고를 들었다. 교수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진 취재를 위해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다음으로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정이 있었다.

KBS 방송국의 생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총장이 총장직무를 잘 수행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KBS 방송국의 생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총장이 총장직무를 잘 수행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13:30
방송 인터뷰(KBS방송국)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세계 최초 첫 시각장애인 총장 인터뷰를 주제로 20분 가량 대화가 이어졌다. 이 총장이 자신의 아픈 과거와 인내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자 청취자들은 감동과 용기를 얻었다는 문자를 방송국으로 보냈다. 이 총장은 저는 두가지 스트레스를 느낀다면서 첫째는 총신대학교의 정상화를 꼭 이뤄야겠다는 것이요, 둘째는 총장 직무를 잘 수행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의 하루는 쉬는 시간이 없었다. 기획실장 유정욱 교수(오른쪽)이 총장실을 찾아와서 학교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총장의 하루는 쉬는 시간이 없었다. 기획실장 유정욱 교수(오른쪽)이 총장실을 찾아와서 학교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14:30
또 결재와 보고(총장실)

 

비록 차를 타고 다녔지만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어 덥게 느껴졌다. 이 시간쁨이면 지칠만도 할텐데 학교로 돌아온 총장은 다시 각종 보고를 받고 또 결재를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기자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 슬그머니 총장실에서 빠져 나와 옆 사무실에 가 있었는데 비서들이 찾아와서 “총장님이 찾으신다”고 전했다. 다시 총장실로 돌아갔더니 이 총장은 “오늘 내 옆에 계속 앉아있어도 좋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도 좋다"고 말했다.

15:30
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 면담(총장실)

 

이번에는 교단 장로들의 연합모임인 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이 총장을 찾아왔다. 회의를 위해 인근에 왔다가 총장을 만나러 온 회장은 연합회를 소개하면서, 총신을 위한 기도회와 헌금 등을 통해 많은 관심을 표해 왔다고 말했다. 총장은 “지금부터가 총신 정상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총신을 위한 재정 후원을 당부했다. 또 “오는 104회 총회에서 ‘총신대학교주일’이 채택되어 교단이 총신을 위해 더욱 기도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16:00
인터뷰(총장실)

총장이 다시 혼자되었을 때, 기자는 “총장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총장이 되니 더 바빠졌고 부탁을 많이 듣게 되었다. 부탁은 교수의 강의 관련도 있고, 인사나 승진에 대한 내용도 있다”고 답했다. 총장은 “부탁이나 친소 관계에 의한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청탁이 통하면 학교의 신뢰는 깨지고 학내 구성원들이 소신있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교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염려해서 침묵하지 말고 학교발전을 위해 소신있게 발언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밤이 찾아온 총신대학교 전경.
어느새 밤이 찾아온 총신대학교 전경.

17:00
정책위원회 간담회(총장실)

총신대는 7월 중 기구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안에서부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총장 취임부터 1달 여를 연구했고, 7월 3일에는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가졌다. 오늘은 공청회 결과 수렴된 여론을 조정하기 위해서 정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총장과 만나는 것이다. 이 간담회는 무려 5시간 동안 진행되어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마쳤다. (참고로 정책위원회 간담회는 이튿날인 7월 6일(토)에 재개되어 오전 9시부터 또다시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정책위원회 정식회의는 7월 8일(월) 오전 8시에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 사이 총장은 7월 7일 주일, 의정부와 부천에 있는 교회에서 설교하고 총신이 진행하는 ‘1004후원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비서실은 이 정도 일정이 평균적이라고 귀띔해 줬다.

 

'시각장애인용 PC'는 전전후 비서

문서작성, 편집, 불러오기, 문서내용 점자출력, 음성듣기, 웹서핑이나 이메일 송수신 등 업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작업을 시각장애인용 PC로 해낼 수 있다.
문서작성, 편집, 불러오기, 문서내용 점자출력, 음성듣기, 웹서핑이나 이메일 송수신 등 업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작업을 시각장애인용 PC로 해낼 수 있다.

이재서 총장은 결재할 서류의 내용들을 ‘시각장애인용 퍼스널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파악하고 있다. 이 총장이 어깨에 늘 걸고 다니는 이 작은 컴퓨터는 워드프로세서기능, 인터넷기능, 이메일기능, 부가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기능으로는 문서작성, 편집, 불러오기, 문서 내용 점자출력, 읽어주기가 있다. 문서와 동영상 등을 usb나 SD카드에 담아서 총장에게 주면 컴퓨터에 삽입해서 그 내용을 불러오고,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점자로 출력해서 읽어낼 수 있다. 일반인이 컴퓨터로 문서를 불러오고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과 똑같다. 도표의 경우는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에 비서진이 도표는 문서형태로 변환해서 총장에게 전달해준다.

총장이 문서를 눈으로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주요한 내용의 파악은 그 누구보다도 더욱 꼼꼼하게 한다.  컴퓨터로 직접 읽기도 하고, 관계자를 불러서 핵심내용과 의문점을 파악하고, 여론을 청취하기도 한다. 물론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하는 경우, 비서가 위치를 잡아주어야 하지만 그건 내용 파악과 관련없는 부수적인 사항이다. 또 인터넷기능을 활용해서 웹서핑과 SNS를 사용할 수 있고, 이메일기능을 통해 전자문서를 송수신할 있다.

시각장애인 총장은 총신대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최초라고 한다. 따라서 총신대학교가 총장이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기술로도 총장의 업무수행은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장 비서실 관계자는 “최근에 도표로 된 문서를 한글파일로 바꿔 달라고 부탁하셔서 총장님의 특징을 인지했을 뿐, 다른 총장들을 모실 때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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