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군 목사(동원교회)

배재군 목사(동원교회)
배재군 목사(동원교회)

너무나 당황스럽고 깜짝 놀란 소식이었다. 총회회관 매각과 이전 계획 절차에 대한 기사를 읽고 받은 충격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나라를 세울 때 첫 번째가 수도 선정의 문제이다. 본래 있던 수도를 옮기게 되는 경우는 외적에 의해 침략당해 수도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다. 백제가 고구려의 침공을 받아 개국 이래 수도였던 위례성이 함락되고 한강 유역을 상실하면서 웅진으로 수도를 옮기게 된 사례가 있다.

고려 왕조는 몽골의 침입을 피해 개성 본궐을 떠나 강화도 고려궁지로 천도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의 침공으로 서울이 함락되자 부산으로 임시 천도를 하였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국가 발전 전략 차원에서 현재의 수도 입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혹은 현 수도에 영향력이 큰 정치세력을 제거하고 새로운 수도에서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목적에서 천도를 단행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왕조가 창건되거나 왕위 찬탈로 인해 기존의 세력이나 정통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국가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그 가운데 하나가 천도이다.

그렇다면 총회회관 매각과 이전계획은 어떤 정책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서 하고자 하는 일인가? 총회회관 이전에 대한 당위성, 필요성, 효율성 등 모든 상황이 천만번 옳다고 하여도 국가 경제적 상황, 총신대 재정이 바닥이라는 비보, 교회를 바라보는 불신자들의 시각 등 여러 주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 일이 지금 반드시 해야 할 중차대한 일인가 물어야 한다.

기업이 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거쳐야 하는 일이 시장조사이다. 선진국에서는 시장조사를 통해 얻는 정보가 상당히 구체적인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반적인 정보를 참고하는 정도라고 한다. 총회회관 매각 및 이전계획은 산업 선진국의 시장조사 수준인가, 아니면 개발도상국의 시장조사 수준인가 묻고 싶다. 본 교단이 보유한 부동산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을 매입할 때 어떤 결정 과정을 거쳐서 매입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제103회 총회의 슬로건, ‘변화하라!’ 얼마나 멋진 구호인가. 그런데 왠지 마음은 울적하고 슬프다, 아니 마음이 아프다.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제목 <나는 속았다>가 문뜩 떠 오른다. 총회가 변화되어야 할 일은 정책의 수립과정과 추진과정 그리고 정책 결정에 다양한 의견수렴이 차단되는 밀실 정책, 극소수에 의해 진행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회 임원회가 몇회기 전부터 총회의 권위를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음을 본다.

총회 임원회의 위치가 무소불위의 자리인 양 절차를 어기며 소수의 세력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중대한 안건을 손쉽게 처리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실행위원회에서 결의하고 총회에는 보고로 처리하려는 것은 올바른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아니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긴급이란 단어를 편리한 대로 적용해 총회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실행위원회가 소총회가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중대한 일일수록 총회 석상에서 총대들의 의견을 물어 처리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올바른 법 정신이 아니다.

총회 재산처리는 전국교회의 문제로 몇몇 사람들의 입맛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라 할 수 없다. 제104회 총회 석상에서 난상토론을 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전국교회에 설문조사 하는 여론수렴의 과정을 밟아 결정해야 한다. 절차가 생략되고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그 목적이 아무리 옳다 하여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런 일들이 바르게 자리 잡아가야만 한다. 어떻게 총회의 재산처리를 소수의견을 좇아 자신들의 입맛대로 처리하려는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우리 모두 총회를 무시하는 행동을 삼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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