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기독신문>이 좌파신문으로 변질되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본인의 생각을 전하는 것은 좋은데 연유를 묻고 설명을 듣기도 전에 다짜고짜 반말에 비아냥거리며 조롱하는 태도에 상당히 심기가 불편했다.

언제부턴가 한국교회 내부에 예의가 사라졌다. 아무리 비분강개할 일이 있다하더라도 절제된 예를 갖추어 대화를 하면 될 것을 일단 흥분하여 ‘접수하겠다’는 심정으로 덤벼든다. 세월호 사건을 특집으로 다뤄 홍역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전광훈 목사의 ‘도가 지나쳤다’는 사설과 보도의 비중이 부정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좌파신문은 빨갱이와 똑같기 때문에 없애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장합동 교단은 보수이기 때문에 이사장, 사장 등에게 건의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총회장에게 항의하여 폐간을 요구하겠다며, 폭언과 함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한 전화가 한 두 통이 아니었다.

얼마 전 분당우리교회 부목사의 동성애 설교가 핫이슈로 올랐다. 설교 자체를 놓고 보면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여론이 악화되자 분당우리교회는 사과와 더불어 수습안을 내놨고, 동성애를 명확히 반대하며 더불어 동성애 반대지원이나 연구소 설립 등도 다각도로 모색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일부 목회자들이 분당우리교회를 좌파교회로 낙인찍고, 지금은 동성애 문제를 비껴 가면서 이념대결로 집중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이건 정말 안 된다. 거룩성은커녕 이런 무례함이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언제부터 한국교회를 자기 입맛에 길들여진 호불호에 따라 이념의 척도로 평가했는가. 기(起)-승(承)-전(轉) 하다가 안되면 좌파나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형국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교회 내부에서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망태(亡態)다.

이찬수 목사의 말대로 신영복 교수의 <더불어 숲>이나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인용하면 우리는 하루 아침에 빨갱이가 되고 불자가 되는 건가. 이와 같은 몰상식도 분별하면서 이야기하자. 기독교는 온유하며 상대방을 신뢰하는 가운데 존재한다. 무례히 행치 않는 법이다. 과격을 일삼고 물리력을 행사하면서까지 가짜뉴스를 퍼나르며 좌파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행할 진정한 태도는 아니다. 예장합동이 보수교단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어리석음까지 감싸는 무례한 교단은 분명히 아니다. ‘무례한 기독교인’으로 말미암아 한국교회가 더 이상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