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용한 목사의 옥수동 소나타]

우유 배달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들고, <배달의민족>과 <골드만삭스> 그리고 <매일유업>을 비롯해 여러 회사들이 후원에 참여하면서부터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좋은 일 한답시고 교회 자랑이나 하고, 재정 규모를 키워 자기 배 불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사회사업을 하면서 자기를 드러내고, 재정비리 문제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이기에 그런 오해를 할 수 있겠다 이해되기도 한다.

처음에 그런 의심을 받을 때면 기분이 몹시 상하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든 설명하고 싶었다. 특히 그런 의심은 인터넷 댓글에 많았다. 모욕적이고 저주 섞인 댓들을 볼 때마다 하나씩 반박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런 의심은 한두 명에게 설명한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내가 누구 앞에 서 있느냐?”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내가 독거노인에게 우유를 배달하고, 교인들과 함께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하는 일이냐, 사람들 앞에서 하는 일이냐에 달렸다. 댓글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동안 사람 앞에서 한 일이라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참된 신앙이란 한마디로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다. 사람에게 보이거나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은 참된 신앙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사람에게 하는 모든 신앙 행위를 가리켜 성경은 ‘위선’이라고 말한다. 위선이란 참된 자기 모습을 버리고 가면을 쓰고 웅변하는 것을 뜻한다.

구약의 대표적인 위선자로 가인을 들 수 있다. 그의 제사는 인간적인 것이었다. 위선적인 제사를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을 때 그는 분노했다. 결국 그의 위선은 동생을 살인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위선자의 최후는 언제나 비참하다. 전쟁 중에 물건을 훔친 아간도 위선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골 골짜기에서 돌에 맞아 죽고 말았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제를 죽였던 압살롬도 위선자로, 그의 최후는 비참했다.

신약에서 대표적인 위선자는 가룟 유다이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그는 3년 동안이나 자기 마음을 숨겼던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은 30개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팔아 넘겼다. 그런 뒤 자살하고 말았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위선자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이다. 자기가 헌금하겠다고 한 물질을 도둑질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즉사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23장에서 일곱 번씩이나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위선은 위험하고 가까운 데 있다. 우리의 신앙 행위가 위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스스로 돌아보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왜 우유 배달과 장학 구제를 시작하게 되었는 지, 그리고 이 일이 순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자 은혜였음을 부단히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또 다른 위선자가 되고 말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간은 언덕 위에 세워 놓은 수레처럼 위에서 끌어주지 아니하면 타락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내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어느 책에 좋은 글이 있어 내 SNS에 올려놓았다. “내가 죽는 날 모든 사람은 울고, 나는 홀로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자!”

내가 하는 일이 위선이 되지 않으려면 늘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살아가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위선이 되지 않으려면 늘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살아가야 한다.

작은 소망이 있다. 나 때문에 신앙이 돈독해졌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나 때문에 소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기면 좋겠다. 그리고 가난 중에서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들 그렇게 나가고 싶어 하는 교단의 총회총대로 나가 본 적도 없다. 나가 볼 마음조차 먹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면 그만이다. 다만 ‘목사 같은 목사’로 살다가 가고 싶다. 이 모습 이대로 살다가 주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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