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사료, 긍지의 역사 활용할 수 없다
총회사료실, 기초관리조차 없이 오랜 세월 보관 … 체계적 관리 위한 과감한 투자 필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물 위로 드러난 부분은 빙산 전체의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연원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바깥으로 나타나지 않는 커다란 실체가 더욱 중요함을 비유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같은 이야기를 우리는 역사 혹은 역사박물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해도, 또 이를 소개하는 멋진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뒷받침할 사료들이나 유물을 충분히 보유·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 가치를 입증하고 제대로 드러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소규모 역사관이나 박물관 중에는 소장품의 한계로 인해 개관 이후 단 한 차례의 변화도 없이 소극적으로 전시실을 운영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같은 경우 지속적인 관람객 유치가 어려울 뿐더러, 활용도가 떨어져 나중에는 존립 의미마저 상실한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본디 역사라는 분야는 끊임없는 발굴과 연구를 통해 재해석되며 발전한다. 보수적인 성격이 훨씬 짙은 교회역사라 하더라도 새로운 증거와 관점들을 통해 조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을 위해서는 충분한 역사자료들을 구비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박물관의 힘, 그리고 역사연구 및 활용의 힘은 전시실뿐만이 아니라 빙산의 드러나지 않은 부분, 곧 수장고나 사료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본지에서는 우리 총회의 중요한 역사자료들을 보관하는 사료실이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다른 교단과 비교할 때 우리 총회의 사료관리 실태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향후 어떤 개선 노력이 필요한지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각 교단의 사료실 관리 실태를 비교해 보는 것으로 역사에 대한 우리 총회 의식수준의 한 단면을 점검해볼 수 있다. 사진은 우리 총회의 사료실.
각 교단의 사료실 관리 실태를 비교해 보는 것으로 역사에 대한 우리 총회 의식수준의 한 단면을 점검해볼 수 있다. 사진은 우리 총회의 사료실.

총회회관 6층에는 ‘사료실’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방 하나가 있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공간에 각종 서류와 책자 액자 현판 앨범 사무도구 등 온갖 물건들이 뒤엉켜 쌓인 채, 오랜 기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보관된 물품들의 가치나 효용성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무슨 물건이 몇 점이나 있는 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사료실 관리는 전무하다. 보관하기도 내버리기도 애매한 잡동사니들을 한 데 모아둔 창고라 부르는 게 사료실이란 이름보다 더 어울릴 듯싶다.

예장통합의 사료관.
예장통합의 사료관.

처음부터 사료실 관리가 이러했던 것은 아니다. 역대 총회 보고서와 회계장부 결재서류 등을 비롯한 여러 기록물들과 주요 행사 사진, 그리고 나름 의미를 지닌 물품들이 지금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서 비교적 잘 정리·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총회회관 내에 이런저런 공간 변화가 이루어지고,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 산하기관과 기구들이 신설되어 계속 입주하면서 사료실은 제 공간을 잃고 천덕꾸러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현재처럼 초라한 몰골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정말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자료들, 자랑스러운 총회 역사의 일부로 소개해도 좋을만한 물품들까지도 방치된 채 아무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료실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총회 역사의 일부라 할 수 있는 본부의 각종 문서들은 각 부서별로 제각각 보관한 채 통일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검색과 열람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역사정보자료실 모습.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역사정보자료실 모습.

이처럼 우리 총회의 열악한 사료 관리 및 활용실태는 다른 교단들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에 자리한 예장통합의 총회사료관이 대표적 비교사례다. 우리 총회의 역사관과 사료실에 해당하는 기능을 겸한 이 공간에는 현재 1686점의 물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오랫동안 담당 직원이 상주해 관리하며, 예장통합 소속 인사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심지어 각종 자료들의 대출까지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비교적 활발하게 이용되어왔다. 예장통합은 현재 총회회관 이전 작업을 완료하는 대로 역사관 전용건물을 새로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모금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양주에 총회본부와 독립된 건물로 건축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역사정보자료실은 이보다도 더욱 방대하고 체계적인 면모를 과시한다. 감리회 총회를 비롯해 모든 산하기관 연회 교회 단위에서 발행되는 문서들은 의무적으로 역사정보자료실로 보내고, 이곳에서 철저한 목록화와 전산화를 거쳐 관리된다.

특히 공공도서관 시스템처럼 모든 자료들이 연도별 기관별 개인별로 빠짐없이 정리되고, 검색도 용이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리회 내의 모든 정보들을 빠르고 쉽게 찾아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신원확인만 이루어지면 자료 열람은 물론이고 각종 자료의 복사까지 무료로 서비스해주는 등 가장 선진화된 형태로 사료실을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간단한 개요만 비교해봐도 우리 총회의 사료 관리가 얼마나 뒤쳐져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 총회 사료실에 보관된 물품들 중에는 오래된 문서타자기 한 점이 있다. ‘금성사 GTS-8500’ 모델로 지난 세기 총회본부에서 오랫동안 업무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타자기에는 ‘역사자료보관용’이라는 라벨만 붙여진 채 계속해서 어둠 속에 갇혀있다. 비슷한 연식과 용도를 가진 물품들이 타 교단 역사관에서는 정식으로 전시품 자격을 얻어 진열되며, 해당 교단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총회역사위원회(위원장:박창식 목사)에서는 사료분과를 중심으로 사료실 개선 및 사료수집 및 관리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기에는 사료실 정리와 물품 목록화를 비롯해, 총회 역사의 기초이자 핵심 사료라 할 수 있는 역대총회록의 전자문서화(PDF), 총회 산하기관 및 노회 교회들의 중요 문서 수집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 총회 구성원들의 인식부족 등으로 역대총회록 전자문서화 작업 외에는 사실상 거의 진척을 보지 못했다.

사료분과장 조영기 목사는 “현재 우리 총회의 실정과 타교단의 사례를 참고해볼 때 총회역사관 운영을 포함해 사료 관리 전반을 감당할 전문 인력 배치와 충분한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서 “총회의 역사를 잘 보존하여 전국교회 구성원들과 다음세대들에까지 정확하고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 및 지원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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