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길에서 이단종파 전도자를 만났습니다. “어머니 하나님을 들어봤느냐?”면서 접근한 전도자는 저에게 성경에 어머니 하나님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가 들고 다니는 성경은 우리가 흔히 보는 성경과 같아보였습니다. 겉표지에 <성경전서>라는 글귀와 ‘대한성서공회’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있었습니다.

문제는 내용이었습니다. 성경말씀 그대로가 아니라 단어와 문구를 약간씩 바꿔놓은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누구든지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단종파의 기독교 명칭 도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유명한 교회를 비롯해 선교기관, 청년단체, 성경연구기관의 명칭을 도용합니다. 몇 해 전부터는 총회의 교단 마크를 도용한 신천지 위장교회들도 등장했습니다. 하긴 성경도 도용하는 판에 기독교 단체의 명칭과 마크 도용이 대수겠습니까?

이단종파의 도용에 속아서 넘어가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단의 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도 많습니다. 명칭 도용은 그만큼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그런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단들이나 하는 일을 벌였습니다. 일간지에 광고를 내면서 총회의 명칭을 사용한 것입니다. 총회는 이미 2014년에 한기총을 탈퇴했습니다. 그러니 가입 교단도 아니고 관계도 없는 단체입니다. 그걸 한기총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젓이 총회의 공식 명칭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을 명기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기총이 시국선언을 하건 내부분열을 하건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저의 안에서 요동치는 죄성, 삶의 무게와 씨름하기에도 지치기 때문에 외부로 눈을 돌릴 겨를이 없습니다.
하지만 총회의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수로 사용했다면 책임 있는 답변과 사과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실수가 아닌 도용이라면,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입니다. 이단이나 하는 행동을 하다니요? 한기총이 이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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