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 설문조사서 “혐오 의식, 타 종교보다 낮아”
동성애는 부정적 의식 높아 … 성차별 해결 과제도

한국사회는 교회를 혐오집단이라고 비판한다. 여성목사 안수를 금지하면서 성차별을 자행하고, 전쟁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멘난민을 거부하며, 누구보다 동성애 및 퀴어축제 반대에 앞장선다고 지적한다. 정말 한국교회가 혐오를 조장하고 있을까.

기독학자들이 2년 동안 한국의 혐오현상을 연구했다. 최근 사회에서 발생하는 주요 혐오사건인 여성, 난민, 노인, 동성애(성소수자)를 주제로, 개신교인들이 가진 혐오의식을 다른 종교인 및 시민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여성과 난민과 노인을 특별히 혐오하지 않았다. 가톨릭 불교 등 다른 종교인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다만 개신교인은 동성애 문제(성소수자)에서 부정적 의식이 강했다.

이화여대 이은아 송진순 김혜령 박사와 숭실대 성신형 박사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혐오현상 연구단을 꾸렸다. 연구단은 ‘한국적 혐오현상의 도덕적 계보학 연구-한국 개신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한국사회의 4대 혐오현상에 대해 한국교회 성도들의 의식을 조사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혐오의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단은 기윤실 주관으로 6월 15일 청어람홀에서 설문조사 결과발표회를 열었다. ‘한국 개신교의 혐오를 분석하다’는 주제로, 한국교회의 자성과 책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먼저 이은아 박사가 ‘개신교는 여성을 혐오하는가?’란 주제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박사는 종교인별 사회계층별 등에 따라 여성을 혐오하는 의식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혐오 의식은 개신교 가톨릭 불교 3대 종교인 중에서 개신교인이 가장 낮았다. 개신교인 여성은 모든 종교인들 중에서 여성혐오를 가장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넘어야 할 과제도 나타났다. 개신교인은 타종교인 및 시민들보다 한국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은아 박사는 “개신교인은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도 보수적인 입장이었다”며, 목회자와 성도들이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회 일각에서 한국교회를 혐오세력으로 비판하고 있다. 기독학자들과 기윤실이 사회와 교회의 혐오현상을 조사하고 15일 발표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연구자들이 분석한 혐오의식 문제를 경청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 한국교회를 혐오세력으로 비판하고 있다. 기독학자들과 기윤실이 사회와 교회의 혐오현상을 조사하고 15일 발표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연구자들이 분석한 혐오의식 문제를 경청하고 있다.

예멘난민의 제주도 입국과 관련해 난민혐오의식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슬람에 적대적인 한국교회도 예멘난민에 부정적 의식이 높았다. 하지만 성신형 박사가 조사한 결과, 난민에 대한 혐오의식(0~5.0 구간)은 근소하게 가톨릭(3.28)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개신교인은 난민혐오를 방지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가장 미온적이었다. 난민혐오 의식은 종교보다 경제수준과 정치성향이 더 영향력을 행사했다.

‘태극기 부대’와 관련해 노인에 대한 혐오도 높아가고 있다. 송진순 박사는 “개신교는 가톨릭과 함께 노인의 사회적 정치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식이 가장 높았다. 노인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은 개신교인(4.04)이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연구단의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성소수자 곧 동성애 혐오의식이다. 한국교회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적 사고가 가장 높았다. 최고수준을 5점으로 상정했을 때, 개신교인 혐오의식은 3.10이었고 비종교인이 2.52를 나타냈다. 60대 이상 개신교인이 가장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개신교인의 동성애 혐오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 김혜령 박사는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다른 요인보다 목회자의 설교가 큰 영향을 미쳤다. 개신교인 응답자(327명) 중 60% 이상이 동성애 금지 설교를 들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SNS를 통해서도 동성애 반대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단의 한국사회 및 개신교의 혐오현상 연구는 한국교회에 희망과 책임을 동시에 안겨줬다. 교회를 혐오세력으로 비판할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사회의 혐오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이 부족하며, 혐오를 극복할 노력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혐오문화는 사회에서 기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작동한다. 예수님은 사회의 지배질서와 기득권에 저항하고 약자를 환대하는 사랑의 윤리를 보여주셨다”며, 오늘의 한국교회도 새로운 기독교윤리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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