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오 목사(서울영광제일교회)

김병오 목사(서울영광제일교회)
김병오 목사(서울영광제일교회)

한기총 대표의 일탈 행위가 연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소위 한국기독교 대표를 자처한다는 사람의 언행이라기엔 그 수준을 평가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C.S 루이스는 ‘하나님이 계시니 무조건 만사형통’하다거나, 세상 모든 이치를 선과 악의 대립으로 단순화하는 것을 ‘물탄 기독교’라 표현했다. 그는 ‘물탄 기독교’가 무신론만큼이나 기독교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 주장했다. 한기총 대표의 정치행태는 ‘물탄 기독교’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좌우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기독교인으로서 본연의 위치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파의 대변인도, 좌파의 수장도 아니다. 예수께서는 로마 황제와 정치적 협약을 맺거나 원로원의 정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일이 없다. 기독교는 이데올로기나 정치 철학이 해결할 수 없는 보다 높은 차원의 하나님나라를 추구한다. 우리는 플라톤의 이데아론도,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 정치학도 인생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렇기에 이데올로기는 결코 기독교 본질적 가치 위에 군림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신자들은 경우에 따라 우파 혹은 좌파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통일성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정치적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리스도 안에서는 서로 포용가능하다는 뜻이다. 우파적 그리스도인이 좌파 성향 그리스도인을 포용할 수 있다. 아니, 좌파적 비그리스도인 마저도 포용하는 게 옳다. 좌파 성향 비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선교적 차원에서 그가 복음을 접해 구원받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합리적 비판도 가능하다. 전(前) 국회의원 이석기의 내란음모미수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망언들은 좌우를 떠나 상식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기총 대표의 행태는 기독교를 우파 이데올로기의 시녀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생각이 다르다고 함부로 정죄하거나 편을 가르는 일이다.

사실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는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결정된다. 이념을 스스로 선택한 경우는 흔치 않다. 좌우 이데올로기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독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잘 모르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념 논쟁의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혹은 비그리스도인이 어떤 이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인정해주고 포용해주는 것이 옳다.

한국기독교의 대표를 자처하는 인사가 우파 정치의 대변인처럼 활동하는 건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편향적 정치활동을 한국 우파를 하나님께 바치는 일이라고 포장할 수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기독교를 그가 원하는 편에 값싸게 팔고 있는 것일 뿐이다. 모든 가치 중 가장 상위에 있어야 할 기독교가 이념논쟁에 상처받고 있다. 그 파장은 교회까지 이르렀다. 생각이 달라도 함께 가야 할 신앙 동지들의 관계가 어색해지며, 복음 안에서 남과 북, 동서가 하나가 되어야 할 사명을 망각하게 만든다. 비기독교인 이웃들까지도 품어야 할 기독교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위기를 불러온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좌우를 떠나서 우리의 형제들이다. 비그리스도인들도 모두 좌우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가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 십자가의 도인가? 아니면 이데올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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