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기념사업부 결의에 ‘요건 못갖춰’ 의문 제기

순교자기념사업부 임원회에서 고 권지상 선교사 순교자 지정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순교자기념사업부 임원회에서 고 권지상 선교사 순교자 지정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순교자기념사업부(부장:최효식 목사)는 6월 5일 총회회관에서 임원회를 열고, 고 권지상 선교사를 순교자로 지정하고 총회에 보고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 결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선교지에서 사역 중 생을 마친 선교사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것은 총회의 할 일이다. 하지만 순교자기념사업부의 이번 결의가 총회 규정에 합당한 결의인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선교단체 컴미션 소속으로 의정부제일교회가 파송한 고 권지상 선교사는 2014년 5월 12일 선교지였던 아프리카 말리에서 사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권 선교사의 사망원인은 교통사고다. 하지만 경기북노회와 유족들은 권지상 선교사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가 아니라 외부타격이라며, 제99회 총회에 권 선교사를 순교자로 지정해줄 것을 헌의했으나 기각됐다.

이듬해 제100회 총회는 경기북노회와 남서울노회가 청원한 권 선교사의 순교자 지정 헌의건을 총회역사위원회에 맡겨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역사위원회에서도 권 선교사의 순교자 지정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102회기 때 순교자기념사업부로 이첩했다.

당시 역사위원회 모 위원은 “권지상 선교사를 순교자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한 역사위원회에서 다룰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서 순교자기념사업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102회기 순교자기념사업부는 권지상 선교사의 유족을 만나고 실사까지 했다. 당시 부장이던 김성환 목사는 “실사를 했으나 자료가 미비해서 순교자 지정이 어렵다고 했다. 유족들에게 권 선교사의 순교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다시 한 번 올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역사위원회와 직전 회기 순교자기념사업부에서도 어렵다고 판단했던 고 권지상 선교사의 순교자 지정을 이번 회기 순교자기념사업부에서 결의한 것이다.

결의를 주도한 부장 최효식 목사는 “말리는 인구의 90%가 무슬림이고, 사고 당시 분쟁지역이었다. 권 선교사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가 된 것도 시신을 한국으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총기사고나 테러라고 하면 통과가 안 될 것을 우려해 (권 선교사의) 부인이 교통사고로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 목사는 “사고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4시간의 공백이 있었고, 염을 했던 안창호 선교사가 권 선교사의 머리 뒤통수에 구멍이 나 있었다고 증언했다”며 “또 최근 입수한 사망확인서에는 원인 불상의 다수 출혈이 사망원인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테러로 추정할 수 있어 순교자 지정을 결의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최효식 목사와 임원회의 주장이 추정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올해 4월 규칙부가 시행토록 통보한 ‘총회 순교 및 순직자에 대한 규정’의 순교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총회 순교 및 순직자에 대한 규정’은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죽임을 당한 자 △박해의 결과로 타의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 자 △순교에 걸맞는 죽임을 당한 자 △순교자의 평소 신앙생활이 윤리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자, 이 네 가지 사항에 모두 해당하는 자를 순교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순교자기념사업부의 주장이 추정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되려면, 사고 당시 권지상 선교사의 차량에 동승했던 부인의 증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부인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결국 순교자기념사업부에서 결의하고 총회에 보고키로 했기에, 고 권지상 선교사의 순교자 지정 안건은 제104회 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총대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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