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정기회가 끝난 5월과 6월은 지역협의회의 총회와 각종 수련회로 분주하다. 어느 의미에서 보면 이 시기는 허가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정치적 활동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런지 몰라도 이모양저모양 총회에서 일할 뜻이 있는 인사들은 속이 상해도 이런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반면, 이 때를 물 만난 고기처럼 생각하고 ‘팔방미인’처럼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며 해결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러한 각종 지역협의회 모임이 우후죽순 이뤄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하나 둘 노출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와 같은 지역협의회나 협의체가 총회의 건강성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그렇다고 총회 차원에서 제어할 방법은 전혀 없다. 총회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본다고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지역협의회는 말 그대로 친목모임 성격이 짙다. 문제는 교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를 비롯한 강사들에게 후원을 명목으로 돈을 받고 강단에 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거절하면 속된 말로 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에,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인사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참석한다는 말이다.

이와 반대로 ‘예비 정치인’이나 ‘실세’가 찬조를 하면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인사들도 있다는 점이 병폐다. 솔직히 지역협의회나 수련회를 참석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은 축사, 격려사, 환영사 등 각종 인사자로 인해 예배나 강의가 오히려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순서자들은 교통비 명목으로 사례비를 챙긴다. 그러다보니 어느 행사든 주최자들은 순서자들의 줄대기에 골머리만 앓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협의회나 각종 수련회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이런 방향으로 행사가 진행된다면 모임의 결실은 허상에 불과하다. 설교자나 강사들에게 후원을 받고, 그 돈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역으로 인사자들에게 사례를 하는 모임이 돼서는 안 된다. 총회가 깨끗하고 투명해야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익단체인 각종 협의회가 무리한 찬조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면 말이 되겠는가? 지역협의회나 협의체는 말 그대로 친목회로 남고, 어설픈 ‘돈놀이 게임’은 접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총회가 거듭나려면 각종 협의회부터 변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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