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 … “전문상담사역 강화하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볌으로 지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WHO 가입국인 대한민국도 2026년부터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여기고, 예방과 치료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게임을 비롯해 청소년의 인터넷 및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을 우려하는 학부모와 보건 당국은 WHO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인터넷 및 게임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청소년사역 및 중독재활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 결정은 게임의 위험성을 세계에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게임중독을 질병으로만 인식하면, 해당 청소년들을 중독자로 낙인찍는 위험성이 있다. 중독을 야기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제거하고,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교육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음세대와 지역섬김을 강조하는 한국교회가 중독 예방과 치유상담소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HO는 지난 5월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제72차 총회에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에 게임중독을 포함시켰다. 스스로 게임을 통제하는 능력이 손상됐고,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중독 질병’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 결정에 따라 세계 194개 WHO 회원국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을 포함시킨 후,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인터넷과 게임 강국답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율이 가장 높다. WHO에서 조사한 세계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6% 정도이다. 한국의 청소년은 2배 가까운 11%였다. 중학생의 경우 13.2%에 달했다. 스마트폰 중독률은 중학생 33%, 고등학생 27.7%, 초등학생 26.7%, 대학생 20.5%(통계청·여성가족부 2016년 조사)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한 <2019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10대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2016년 주당 15.4시간에서 2018년 17.8시간으로 더욱 늘어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에서 전문상담사로 사역했던 김망규 목사(인터넷중독연구소장)는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들의 인터넷 및 게임 중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큰 틀에서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게임중독을 질병으로만 여기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목사는 15년 동안 인터넷과 게임 중독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직접 상담하며 치료했다. 그는 “청소년 중독문제는 부모의 적절한 개입이 필수적이다. 아이들에게 통제력과 조절력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만 여기면 이런 부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관련 법안을 만드는 2025년까지 기독 학자들과 교회들이 이 부분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신대 조현섭 교수(중독재활학) 역시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을 무조건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했다. 조 교수는 “알코올이든 도박이든 인터넷이든, 정도를 지나치면 모두 중독에 빠진다. 문제는 중독으로 분류하는 순간 의료영역으로 넘어가고, 다양한 회복과 치유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조현섭 교수는 다음세대가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등에 중독되는 근본 원인은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없는 것이라며, 먼저 청소년을 위한 휴식과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양육 교육을 진행하면서, 청소년 중독 치유 및 재활 상담 사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섭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이 3가지 사역을 함께 펼칠 수 있는 곳이 교회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총회 산하 1만2000교회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를 배치하고 지역 사회의 청소년을 위한 상담사역을 펼친다면, 청소년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중독 문제를 교회가 앞장서서 해소할 수 있다”고 지역 교회와 목회자의 관심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대학 중 중독재활상담학과를 개설한 학교는 2곳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총신대에 학과가 있다. 조 교수는 총회와 총신대와 전국 교회가 함께 전문가를 양성하면,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청소년 중독상담 사역을 펼칠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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