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어린이 위한 천국축제로 활력 불어 넣어
아이들 웃음 커지자 교회 비전도 함께 되찾아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선생님!”

쉬는 시간 감쪽같이 사라진 학생들을 찾으러 교사들은 분주하게 마을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다. 아이들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동네 교회당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서는 일명 ‘방방이’라고도 불리는 트램펄린을 즐기고 있던 것이다.

부귀동산교회(구 장승교회·천종희 목사) 예배당은 동네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이다. 평소에도 방과 후가 되면 우르르 모여들어 뛰놀고, 요즘에는 교사의 인솔로 학급 전체가 잠시 마실을 다녀가는 일도 종종 생긴다.

천국페스티벌 모습.
천국페스티벌 모습.

교회가 위치한 장승마을은 과거 전주와 진안 사이를 이어주던 모래재길이 지나는 길목이었지만, 새 도로가 나면서 한 동안 오지처럼 변해가던 동네이다. 그러나 몇 해 전 폐교 직전의 장승초등학교가 체험 중심의 혁신학교로 변신, 입소문을 타며 사방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끌어 모았고, 덩달아 젊은 귀농인구들도 크게 늘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학교를 파하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고, 이를 눈여겨 본 천종희 목사가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예배당 마당에 트럼펄린을 들여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와 학교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부귀동산교회는 해마다 어린이날을 즈음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큰 잔치를 개최한다. ‘천국페스티벌’은 올해로 3회째 이어진 부귀동산교회 어린이 잔치의 이름이다.

‘천국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 다가오면 온 교회가 분주해진다. 주일학교 교사들을 비롯해 교우들 전체가 힘을 합쳐 예배당을 풍선으로 장식하고, 게임 도구들을 설치하며, 온갖 맛난 음식들과 푸짐한 선물들을 준비한다.

천국페스티벌 모습.
천국페스티벌 모습.

주일학교 부장인 천춘진 집사는 행사장에 푸드트럭을 끌고 와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식들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대접한다. 차량 모양도 신기하거니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풍겨나는 내음까지 일찌감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5월 8일 열린 올해의 페스티벌 메뉴는 카레돈까스, 두말할 것도 없이 푸드트럭은 이날 하루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오전 내 굵은 비가 쏟아지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올해 페스티벌은 여느 해보다 풍성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복화술 공연으로 인기를 누리는 수잔샘이 방문하고, 친구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장식하는 시간이 마련되는가하면, 찬양율동에 이은 게임과 운동회 그리고 달란트잔치 등으로 이어지는 순서들이 아이들을 온 종일 신나게 했다.

천종희 목사는 “하나님 없는 삶을 살면 그 인생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만,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사는 인생에게는 행복이 찾아온다”면서 “하늘의 은총을 누리며 세상에 꼭 필요한 어린이들로 자라나라”고 격려했다.

처음 교회에 나온 아이들까지도 빈손으로 들어왔다가 푸짐한 선물들을 안고 돌아갔다. 페스티벌을 치르기 위해서는 연간 교회예산 중 많은 비율을 투여해야 하고, 금식기도까지 하면서 준비할 정도로 교사와 스태프들의 수고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부귀동산교회가 해마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하는 천국페스티벌 모습. 어린이주일학교의 부흥과 함께 교회 전체가 새로운 기대와 소망으로 달아오르는 중이다.
부귀동산교회가 해마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하는 천국페스티벌 모습. 어린이주일학교의 부흥과 함께 교회 전체가 새로운 기대와 소망으로 달아오르는 중이다.

그럼에도 작은 농촌교회인 부귀동산교회가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것은 한 동안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교회의 비전을 되찾은 기쁨 때문이다.

주일학교가 부흥하면서 아이들을 따라 부모들과 이웃들까지 교회로 발걸음을 했고, 헌신적인 일꾼들도 점점 늘어나 부귀동산교회는 ‘믿음 소망 사랑의 동산’을 이루는 꿈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해외 선교사들을 후원하는 사역에 탄력이 붙었고, 귀농한 성도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건강한 먹을거리들을 나누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웃들과 함께 더욱 복되고 사랑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어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천종희 목사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자신감이 실려 있다. 설립 60주년을 향해가는 부귀동산교회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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