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영의 문화 한 입] 나의 간증이요, 나의 영화일세
[강도영의 문화 한 입] 나의 간증이요, 나의 영화일세
  • 박용미 기자
  • 승인 2019.06.1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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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영화, 다양한 사람과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게 도우면서 역지사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영화, 현실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을 구석구석 체험하게 하는 영화. 바로 나의 인생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에 깊은 울림을 남긴 인생 영화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저 개인적인 영화 레퍼토리로 남았을 법한 것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공유된다. 사람들은 각자 영화에 관한 감상을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나눈다.  대중은 댓글을 통해 나눔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서로 간에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더욱 공감을 산다. 요즘은 영화를 함께 보고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들이 많아졌다.

이제 극장은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사진은 미국 템파베이 극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사진출처=조 로버츠)
이제 극장은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사진은 미국 템파베이 극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사진출처=조 로버츠)

최근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극장 내에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극장은 그저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영화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찾아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공유하도록 하는가 하면 영화 전문가들을 불러 다양한 영화 메시지를 유통한다. 어떤 곳은 스타들의 경험이나 이야기를 전시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 공감이나 유통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라이브 마쉬 교수는 현대인들에게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 시대의 영화가 유사 종교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영화를 보러 가는 이들은 마치 예배를 통해 휴식과 여유를 얻으려는 이들과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친구와 함께 가서 관람하는데, 혼자 간다고 하더라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교 행위와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영화관 건축 자체가 오늘날의 예배당 혹은 성당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요즘 대형교회들이 온갖 설비와 서비스 공간을 갖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합영화관은 쇼핑과 관람, 식사와 교제가 모두 가능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제 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에 가는 행위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종교 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제 교회가 진지하게 바라봐야 할 대상이 되었다. 영화를 즐기는 관객은 출생지, 언어, 시대적 배경 등과 상관없이 영화라는 메시지를 통해 극장 안에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고도의 기술로 인해 시각, 청각 등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영화체험은 관객을 영화 내용 안으로 끌어들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와 같은 역동적인 메시지 체험은 교회 내에서 일방적으로 선포되는 메시지를 주로 접하던 젊은 세대에게 소통의 측면에 있어서 더욱 공감을 얻고 있다. 현대인에게 종교나 영성에 대한 영화의 기능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면 기독교는 영화와의 진지한 종교적 대화의 가능성을 더 활짝 열어놔야 할 것이다.

영화는 줄곧 특정 이슈에 대해서 가장 앞장서 나가기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이 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그럴 때마다 교회는 영화와 대화하기보다는 적대하거나 거부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융화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는 대화할 때가 되었다. 교회가 영화와 대화를 나눈다는 말은 영화 안에 포함된 메시지와 그에 대한 해석에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모든 메시지가 인터넷을 통해 개인에게 송출되고 빨리 소비돼버리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같은 시공간에서 하나의 메시지가 공동체에 선포되고 또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은 교회와 극장일 것이다. 개인의 인생 영화가 개인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공동체적으로 확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회 공동체에서 간증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듯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교회가 많은 영역에서 다양하면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는 영화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진솔한 대화를 걸어보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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