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한 지 100년이 넘는 교회들이라면 얼마나 무성한 이야깃거리들이 주렁주렁 맺혀 있을까. 자랑스러운 역사들을 차근차근 풀어 후세들에게 들려주는 일 또한 그것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교회들의 사명이고 은혜이다.

전주서문교회 설립 126주년 기념 성경전시회에서 최상선 장로가 전시물들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전주서문교회 설립 126주년 기념 성경전시회에서 최상선 장로가 전시물들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전주서문교회 한글성경전시회

전주서문교회(김석호 목사)는 설립 126주년을 맞아 ‘한글 성경번역의 맥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성경전시회를 개최했다. 6월 2일 막을 연 이번 전시회는 6월 30일까지 전주서문교회역사관에서 이어진다.

호남의 모태교회라는 영예 말고도 전주서문교회는 최초로 우리말 구약성경 번역이 완성된 곳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미국남장로교 소속 레이놀즈(한국명 이눌서) 선교사와 한국인 이승두 김정삼 조사 등이 힘을 합쳐 <구약젼서> 번역을 완수하고 발간한 장소가 바로 전주서문교회였던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바로 이 유명한 <구약젼서> 외에도 로스 선교사가 의주청년 이응찬 백홍준 등과 함께 번역한 최초의 한글성경 <예수셩교 누가복음 전서>와 <예수셩교전서>, 한국인 첫 세례교인 이수정이 일본에서 번역한 <신약마가젼복음서언해> 등이 소개된다.

또한 피터스 선교사가 제작한 1898년판 <시편촬요>, 레이놀즈 선교사기 조선야소교서회를 통해 편찬한 <성경사전>, 히브리어 및 헬라어와 우리말 병용성경, 한자성경, 북한성경 등과 전주서문교회 성도들이 각자 써내려간 성경필사본 등 풍성한 볼거리들이 존재한다.

전시기간 전주서문교회역사관을 찾는 이들은 각 성경의 번역과정과 주도적 인물들에 대한 소개 및 성경번역계보도 등 관련 자료들과 함께, 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입체적으로 한글성경의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해설사로 섬기는 최상선 장로는 “한글성경을 번역하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고초를 당하고 목숨을 잃는 등 희생이 뒤따랐음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더 귀히 여기고, 거기에 담긴 가르침을 후세에 전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주서문교회는 역사관의 전면적 개편을 위해 현재 사료실에 보관 중인 자료들과 신규 입수자료들을 정리하고 목록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김석호 목사는 “설립 126주년을 맞아 교회가 하나님의 집이자 사람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문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선교사와 믿음의 선배들이 이루어온 귀한 역사를 밝히 드러내는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산 고현교회가 설립 113주년을 맞아 3·1운동 참여교회 현판식을 진행하는 모습.
익산 고현교회가 설립 113주년을 맞아 3·1운동 참여교회 현판식을 진행하는 모습.

익산 고현교회 3·1운동 역사 되새겨

익산 고현교회(최창훈 목사)도 6월 2일 설립 113주년을 맞아 기념예배, 역사사진전, 3·1운동참여교회 현판식 등으로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익산 시내권 최초의 교회이자, 민족의 애환을 함께 한 교회로서 자긍심을 드높이는 시간들이었다.

특히 3·1절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 총회로부터 3·1운동 참여교회로 지정돼 현판을 전달받은 것을 기념해, 현판식을 겸하여 마련된 감사예배는 고현교회 113주년 기념행사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 자리에는 고현교회 중직자들과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인 양병관 원로장로, 3·1운동 당시 고현교회를 대표해 의거에 앞장섰던 오덕근 장로의 후손 오은석 장로(고성교회) 등과 이춘석 국회의원, 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을 비롯한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함께 했다.

익산 4·4만세운동 등에 관한 역사기록에 의하면 고현교회는 당시 오덕근 장로가 ‘지금은 교회당에서 기도만 할 때가 아니라’라고 외치면서 손수 태극기를 만들어 배포하는 일에 앞장섰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일본 경찰에 발각되어 옥고를 치르면서도, 감옥에서까지 우리 민족이 살 길을 호소하는데 힘썼다는 증언이 있다.

오 장로의 장남 오준환도 부친의 뒤를 이어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중국 상해로 망명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두 부자의 사적인 고현교회 뿐 아니라 익산 기독인들 모두의 긍지가 아닐 수 없다.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총회 산하 전북지역 교회들로는 전주서문교회, 군산 구암교회와 개복교회 등이 있으며, 익산지역에서는 고현교회와 서두교회 등에 3·1운동 참여교회 현판이 총회로부터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원 장로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감사예배에서 최창훈 목사는 설교를 통해 “3·1운동 당시 이 땅의 기독인들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믿고 용감하게 일어나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쳤다”면서 “역사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선배들의 애국신앙을 변절 없이 계승하는 교회가 되자”고 강조했다.

양만주 장로도 대표기도에서 “조국과 겨레를 위해 목숨 걸고 나섰던 믿음의 선배들처럼 사랑과 헌신으로 이 나라와 교회를 지키는 성도들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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