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사택은 사라지고 예배당마저 못쓰게 된 곡성 대사리교회. 이 교회가 지켜온 작은 평화는 돌아올 수 있을까.
화재로 사택은 사라지고 예배당마저 못쓰게 된 곡성 대사리교회. 이 교회가 지켜온 작은 평화는 돌아올 수 있을까.

치료차 멀리 여수까지 병원을 다녀와 피곤한 몸을 씻고 누우려던 저녁시간, 손경수 목사(곡성 대사리교회·함동노회) 부부의 귓전에는 밖에서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목사님, 사모님! 불이 났어요. 빨리 밖으로 나오세요!”

깜짝 놀라 집안을 빠져나온 손 목사의 눈앞에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일러실에서 발화한 불길이 순식간에 사택을 집어삼켰고, 몇 걸음 떨어진 예배당까지 그 열기에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소방차가 급히 출동해 화재는 진화됐지만, 남은 건 잿더미뿐이었다.

오랫동안 사역지로 전전해온 낙도를 떠나, 곡성 대사리교회에 부임한 것은 23년 전의 일이었다. 전임 목사가 개척해 3년 동안 사역하던 교회를 이어받아 열심히 전도하고 섬기며, 한 때는 30명까지 교인 수가 늘어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낡은 조립식 건물의 예배당도, 비좁은 사택도 두 사람은 부끄럽지 않았다. 그곳에서 자녀들을 반듯이 키워냈고, 이웃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받았다. 평소 약간의 강풍이 불라치면 위태하게 흔들리고 실제 무너진 적도 있는 예배당과 사택을 이들은 조금씩 고쳐 써가며 남은 목회 인생을 버텨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는 그 모든 인내와 소망을 다 무너뜨렸다. 이들에게는 당장 지낼 거처도 없고, 예배할 자리마저 사라졌다. 아무리 믿음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손경수 목사 내외와 대사리교회 교우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시련이고 위기이다.

동네 사람들이 비교적 넓고 편리한 마을회관을 임시로 쓰라고 내어줘도, 어르신들 쉼터를 빼앗아 불편을 끼칠 수 없다며 굳이 누추한 빈집으로 찾아드는 이 착한 부부를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나님 은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당장은 힘들고 막막하더라도 주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갚아주시리라 믿습니다.”
후원계좌:농협 605045-56-003183(예금주:손경수) 문의 010-5096-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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