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총신대 이재서 총장] 총장 취임이 새 희망 제시하는 계기 되길 … 총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당면문제 풀어갈 터

이재서 총신대학교 총장이 5월 30일 취임했다. 세계최초 시각장애인 총장이란 타이틀이 상징하듯 그의 총장 취임으로 총신대는 교단을 넘어 세계인의 이목을 받는 학교가 되었다. 이재서 총장은 과연 어떤 각오와 비전을 가지고 총신대학교를 이끌어 갈 것인지 기독신문 주필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가 대담했다. <편집자 주>
총신대학교 신임총장 이재서 목사(왼쪽)가 기독신문 주필 김관선 목사와 대담하고 있다. 이재서 총장은 총장으로서 정체성을 기억하며 정책결정과 행정력으로 능력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다’, ‘비신학계열이다’ 등의 잣대로 자신을 보지 말고 총장으로서 주어진 직무를 잘하는지 주목하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기도하며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총신대학교 신임총장 이재서 목사(왼쪽)가 기독신문 주필 김관선 목사와 대담하고 있다. 이재서 총장은 총장으로서 정체성을 기억하며 정책결정과 행정력으로 능력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다’, ‘비신학계열이다’ 등의 잣대로 자신을 보지 말고 총장으로서 주어진 직무를 잘하는지 주목하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기도하며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관선 목사(이하 김 목사) : 총장님 취임은 학교와 교단의 복이며 사회에 충격을 주는 기쁜 소식이다.

이재서 총장(이하 이 총장) : 참으로 감사하다. 총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에 실망해 출석을 중단했던 성도가 “역시 총신대와 합동교단은 다르다”면서 교회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총신을 후원했다가 총신사태를 보면서 중지했던 분이 다시 돕겠다고 약속했다. 30대 여성 분이 갑자기 나빠진 시력 때문에 크게 절망했다가 제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서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총장 취임은 저 개인의 영광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땅의 500만 장애인들과 실의와 편견에 사로잡혀 주저 앉아있는 모든 분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김 목사 : 총장님은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가였던 헬렌 켈러 여사(1880~1968)를 들어 그도 위대했지만 그를 받아주고 세워준 사회가 더 위대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그런 인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는가.

이 총장 : 저는 총장 취임을 위한 자기소개서에 “우리 나라도 헬렌 켈러를 만들 능력과 환경이 됐다. 이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호감을 갖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아량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제가 시작장애인이라고 하니 결재는 어떻게 하나, 행사에는 어떻게 가나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제 아내가 전화 받는 것부터 모든 것을 일일히 챙겨주었기 때문에 저는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고 염려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생각은 장애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에서 나온 것이다.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기울인 저의 노력과 능력도 간과되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저는 다만 앞을 못 볼 뿐이다. 그리고 대학총장은 결재하거나 행사를 방문하는 일을 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고 학교 운영을 잘 해내야 하는 사람이다. 저를 지켜봐주고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그래도 부족한 점이 보이면 여러분이 기도해서 세운 총장이니 여러분이 함께 채워달라.

김 목사 : 총장님은 비신학과 출신이어서 신학대학교를 이끄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이 총장 : 저는 신학을 가르치는 학자가 아니라 총장이다. 행정과 경영이 제가 해야 할 일이다. 비신학과 출신이어서 총신대학교 경영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물론 저는 신학박사학위는 없다. 그러나 저도 신학을 공부한 목사이며 일반 목회자가 갖고 있는 정도의 신학적 소양은 있다. 신학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구별할 수 있을 만큼은 된다. 제가 신학을 공부한 기간은 11년에 달하여 사회복지학을 연구한 기간보다도 오히려 더 길다. 게다가 교회가 감당할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 신학적 소양과 더불어 저의 사회복지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활용하여 학교를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주면 어떻겠나?

김 목사 : 총장님이 목사이시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아직도 있는데 안수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이 총장 : 총신신학과 4년을 예과에서 수료했다. 15세에 실명된 이후 고향 순천에서 2년간 성경공부를 하다가 은혜를 받아 장애인선교를 위해 신학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저는 장애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매우 가난했다. 그래서 형제 중에 중학교 이상을 공부한 사람은 저밖에 없는데 그것은 제가 실명을 해서 맹학교에 진학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신학공부를 결심하기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어느해 대학진학을 위한 예비고사를 볼 시일을 놓쳤다. 가정형편 때문에 1년을 더 기다릴 수가 없어 총신에 예과 코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입학했다. 본과와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공부했다. 총신 수료 후 합동신학교에서 1년을 공부했고 미국 유학을 가서 기독교사회복지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하여 1996년부터 총신교수로 정식으로 가르치면서 총신신대원 2학년에 편입했다. 교수 사역을 하면서도 양지를 오가며 열심히 공부했고 졸업하여 강도사 고시를 보았고 서울남노회 소속으로 목사안수를 받았다.

김 목사 : 총신대학교 학부와 총신신대원간 조화발전에 대한 구상은 어떠한가.

이 총장 : 제가 학부에서 가르쳤지만 총장 당선 순간부터 저는 총신대학교의 총장이다. 저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인지하고 모든 것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감당하겠다. 어느 쪽에도 치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 목사 : 과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6인 가운데 총장님의 이름이 올랐던 것과 관련하여 교수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총장 :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장애인선교를 40여년 해왔다. 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많은 한계를 경험했다. 법이 구비되거나 개정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감했다. 장애인 기관에서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장애인 중에 누군가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장애인단체를 이끌었고 대학교 교수였던 나에게 주변에서 권유를 했고, 막혔던 장애인 사역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비례대표로 나섰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경험했고 결국 당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당원도 아니다.

김 목사 : 현재 총신대 재정상황은 어떠한가? 또 재정 부족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 총장 : 총신의 재정은 지표상으로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재정이 넉넉하다는 뜻이 아니라 쓸데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로 계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신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총신에는 연봉 2000만원 이하, 또는 3000만원 선의 교수인력들이 적지 않다. 직원 처우도 열악한 부분이 있다. 교수충원률이 60%가 되지 않아 정원 감축 명령을 받은 것도 그런 어려움의 일단이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투자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앞으로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 가운데 노력의 70%는 재정 확보에 쏟아야 할 것같다.

김 목사 : 재정 회복을 위해 교단 지원이 든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교단과 관계가 좋아야 할 것이다.

이 총장 : 총신대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일들 중 첫 번째가 교단과 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총신과 교단의 법적인 관계가 끊어져 있다. 앞으로 이전보다 더 좋고 확고부동하며 비가역적 관계가 되도록 회복할 것이다. 학교가 총회와 관계를 법적으로 끊어낸 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 앞으로 교단과 끊임없이 소통할 것이며 교단과 학교 대표들로 총신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질적인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

김 목사 : 앞으로 정이사체제가 이뤄진다면 어떤 분들이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총장 : 총신대 재단이사는 덕망을 갖추고 학교를 사랑하며 학교 행정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면 된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가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학교 재정 문제에도 기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멤버십 뿐아니라 총신대학교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경영에 기여해줄 분들이 정이사가 되어야 한다.

김 목사 : 총신사태로 인해 생긴 내부 구성원간 분열에 대한 치유도 큰 숙제다.

이 총장 : 반드시 풀어가야 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회복은 반드시 될 것이다. 그 시간을 좀 앞당기기 위해서 능동적인 태도로 정성을 보일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오는 6월 말 신대원과 학부 모든 교수가 수련회를 가질 예정인데 서로 대화하고 화합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화합을 하려면 서로 양보해야 한다. 상대에게 너무 첨예한 잣대를 들이대면 안된다. 양보한 부분을 접촉점으로 해서 피차 내려놓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김 목사 : 학교가 건강하려면 교수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고, 직원은 주어진 일을 감당해야 한다.

이 총장 : 그렇다. 당연한데 그런 모습이 무너졌다.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 저를 비롯한 보직자들이 먼저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총신 리더들이 공정한 일처리로 신뢰를 회복한다면 총신 구성원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서 주어진 일에 열심을 다하게 될 것이다.

김 목사 : 대학종합평가에 대한 대비와 정원감축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총장 : 대학종합평가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차원적인 연구를 해서 머지 않아서 결정할 것이다.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교수충원 등 보완해야 할 점들과 민감한 부분이 있기에 신중히 결정할 것이다.

김 목사 : 끝으로 교단과 전국교회에 한 말씀 부탁한다.

이 총장 : 여러분이 저를 총장으로 세우셨고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해주셨다. 저는 부족하니 함께 기도하고 힘을 모아 학교를 살려 주기를 바란다. 한국사회에 희망을 함께 써주기를 바란다. 총신대학교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데 필요한 리더를 키우는 모판이다. 총신대학교가 잘 되어야 교단이 잘되고 교회가 잘 된다.

정리=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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