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회장(총신신대원여동문회, 총신대 강사)

장혜정 회장(총신신대원 여동문회, 총신대 강사)
장혜정 회장(총신신대원 여동문회, 총신대 강사)

“목사 안수도 없는데 신대원에 왜 오셨어요?”

필자는 20여 년 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며 안면을 익힌 남학생들은 필자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했다. 자주 질문을 받게 되면서 마음이 점점 불편했다. 피차에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로 준비하고 쓰임 받고자 여기 왔을 텐데...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을까. 걱정이 되어서 한 질문이었을까. 

세월이 흘러 작년 5월, 총신신대원여동문회에서 총신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 156명을 대상으로 사역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교단에 바라는 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위에 언급한 예시는 본 설문에 등장한 사례에 비하면 그야말로 애교 수준이다. 여성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불합리한 사례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교계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되어 온 남녀 교역자 간의 사례비 차별은 오히려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여성 사역자들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여기고 부당함을 호소한 문제는 ‘남성 사역자들의 서열의식에 따른 차별과 권위주의’였다. 거의 비슷한 비율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역에서 배제되는 사역의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이 설문조사는 교회 내 여성 사역자의 상황이 20여 년 전과 전혀 달라진 바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 현장에서 여성 사역자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시켰고, 여성 사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도 불구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은 여성 사역자들의 입장이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뛰어난 많은 여성 사역자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총신신대원에서 함께 공부한 많은 동문들이, 그리고 선배와 후배들이 합동 교단을 떠나 타 교단에서 사역하고 있다. 목사 안수까지 받고 활발하게 사역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제56회 목사장로기도회 현장에서 또 하나의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총회 여성위원회 주관 하에 목사 장로를 대상으로 <여성 사역자 지위향상 관련 의식>에 관한 설문이었다. 2018년 총신신대원여동문회의 설문조사와 이번 총회 여성위원회의 의식조사는 합동 교단 내 여성 사역자의 현황과 지위 향상의 필요성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특히 여성위원회의 조사는 총회의 흐름을 주도하는 목사-장로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첫 사례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 교단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여군목 제도와 여성 사역자의 강도권이라는 한정된 주제에 국한된 설문이기는 하지만, 여성 군목과 강도권에 대해 기대 이상의 많은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답을 주었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하고 교계가 변화하면서, 총회와 교단의 구성원들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의식을 바꾸었으니, 문화를 바꾸고 제도를 바꾸고, 결국 길이 바뀌리라 기대해 본다. 이 일을 하나님께서 하시리라 믿는다.

지난 10여 년간 총신신대원여동문회는 해마다 교단 총회 현장을 찾았다. 총회가 열리는 예배당 앞마당에서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가을 뙤약볕이 진하게 내리쬐는 마당에서, 검은 옷 입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지쳐갈 때 즈음에, 남성과 함께 총신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왜 이 마당에 서 있는 걸까. 우리는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았을 뿐인데. 우리는 왜 사역자로 인정해 달라고 피켓을 들어야 하는가?”

20년 전 필자는 총신신대원에 입학하자마자 “여자목사 안수도 없는데 신대원에 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제 총신신대원에서 여자 후배들이 이런 질문을 받길 기대한다.  

“당신은 주님 앞에서 어떤 사역자로 살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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