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나니아의 옷장 대표)

을지로에 새로 생긴 아크앤북이라는 서점에 가봤다. 세련된 실내디자인과 방문자를 배려한 편리한 시설이 큰 호감으로 다가왔지만, 걱정이 됐다. ‘멋지긴 한데 이런 식으로 해서 월세나 낼 수 있을까. 돈 많고 허세 있는 누군가가 자아실현하고 싶었던 건가.’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사지 않아도 옆에 마련된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오래도록 책을 읽을 수 있게 해두었다. 자리마다 전자기기를 위한 충전 콘센트가 있었고 심지어는 바로 옆에 있는 트렌디한 식당들에 책을 들고 들어가서 읽어도 되는 구조였다. 오는 사람은 좋겠지만, 이래 가지고 누가 책을 살까? 매출이 나올까?

을지로에 위치한 서점 아크앤북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출까지 성장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사진출처=아크앤북 공식 인스타그램)
을지로에 위치한 서점 아크앤북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출까지 성장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사진출처=아크앤북 공식 인스타그램)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검색을 해보고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알았다. 아크앤북은 지난 2018년 12월 개점한 이래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서점 불황시대에 놀라운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사람들이 기존 서점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책을 사라는 광고로 도배를 하는 접근은 일방적이다. 하지만 아크앤북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아마 단위면적당 매출액이 전국 서점 중 최상위권일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며 교회가 떠올랐다. 우리가 지켜야할 지상명령인 전도. 그것은 복음을 전하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지만, 오늘의 전도방식은 세상 사람들과 유의미한 접촉을 이루어내고 있을까. 물티슈 만장을 길거리에서 돌려도 성과가 없다던데, 대형서점이 무리한 광고로 인한 피로도를 만들어냈듯이, 우리도 그런 면이 있는 건 아닐까.

한동안 교회에서 유행처럼 많이 운영했던 문화센터의 예를 보자. 지역사회에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에 결국 목사님들의 질문은 ‘그래서 전도가 몇 명 되었습니까’였다. 하지만 문화센터를 잘 해내고 결국 전도에까지 연결된 모범사례 교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도 사실은 그러한 전도의 역할을 꿈꾸며 만들었다. 주일에 같은 장소에서 ‘주님의숲교회’라는 이름의 교회가 있고, 그 예배에 나와 보라는 권면을 통해 실제 교회에 처음 나와 세례까지 받은 분도 있다. 하지만 문화선교는 그러한 직접적 전도의 결과만을 따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스며들듯이, 복음을 기초로 한 문화를 통해 ‘복음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문화선교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마치 아크앤북이라는 서점이 책을 사라는 과도한 광고 없이, 그 공간에 온 사람들이 책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책을 많이 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니아의 옷장은 그러한 방향성으로 콘텐츠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있는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 무대는 예배모임이나 전도 집회는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교회를 넘어 세상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의 가치를 담아 무대를 만들어 간다. 당장 이번 주에 교회에 등록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아 복음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받아들이지 않겠는가!’는 경험을 주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방식, 또 복음을 전하는 방식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리라. 누구는 직접적인 권면의 방식으로, 또 다른 누구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각자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이겠다.

하지만 아크앤북이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곱씹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늘려주고 있는가, 아니면 정말 좋은 것을 선물해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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