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직격탄에 교회 무관심, 존폐위기 빠져
영유아 숫자 급격히 줄어드는데 ‘탁아소’ 인식 여전 … ‘교회 소멸’ 시작점 될까 고심

 

출산율 0.98명. 대한민국이 ‘자연소멸’하고 있다. 출산율 제로(0) 시대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주일학교 영유아부. 영유아부서를 문 닫는 교회들이 급속도로 증가 중이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영유아부 사역, 대안은 있을까. 영유아부 사역의 절망과 희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 A교회에서 영아부를 맡고 있는 ㅎ전도사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거 30~40명이던 영아부가 올해 20명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 B교회 영아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 30~40명이던 영아부가 불과 몇 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출산율 제로(0)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 1970년 인구통계가 시작한 이래 최초로 1명 이하로 떨어졌다. 결혼한 두 사람이 아이 하나를 낳지 못하는, 인구재앙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영유아부가 사라지고 있다. 출산율 제로(0)의 시대,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는 부서가 영유아부다. 사진은 서현교회 영아부 예배현장.
영유아부가 사라지고 있다. 출산율 제로(0)의 시대,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는 부서가 영유아부다. 사진은 서현교회 영아부 예배현장.

자연소멸하는 영유아부

최악의 출산율은 주일학교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없기 때문에 부서를 폐쇄하거나 통합하는 교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곳은 영유아부서. 0~4세 아이가 소속된 영유아부서는 저출산으로 존폐위기에 빠졌다.

“영아부는 부서 특성상 출산율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해마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죠. 특히 지난해 출산율이 0명대로 주저앉아서 그런지 영아부도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영아부를 폐쇄하고 유아부와 통합할 것 같습니다.”

A교회 ㅎ전도사의 말이다. 영아부만 20년 넘게 사역한 베테랑이지만 “올해처럼 영아들 숫자가 급락했던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아이들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사역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가?’라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B교회의 상황도 비슷하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30~40명이던 영아부가 올해 15~2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B교회 영아부 담당 ㅇ전도사는 “신생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영아부 아이들 숫자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지방은 ‘재앙’ 그 자체다. 지방의 적지 않은 교회들이 영유아부서를 폐쇄했다. 광주의 C교회는 올해 영유아부서를 문닫았다. 10년 전만 해도 50명이던 영유아부서가 5명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줄어드는 영유아들의 숫자를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유치부와 통폐합했다.

해마다 여름 겨울이 되면 전국으로 콘퍼런스를 다니는 총회교육출판국은 지방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2018년 호남지역 여름성경학교 콘퍼런스 영유아부 참석자는 14명이었지만, 올해에는 5명으로 추락했다. 한 참석자는 “지방의 중소도시는 아예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끊겼다”면서 “교회 부서 중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이 영유아부서”라고 말했다.

인구감소·무관심 직격탄 맞아

현재 주일학교 영유아부서는 위기를 넘어 ‘자연소멸’의 시대가 됐다. 가장 큰 원인은 지적한 대로 출산율 제로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나라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0.98명)을 보이기 때문에 장차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충격파로 <2065 한반도가 사라진다>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지방 중소도시는 이미 주일학교 영유아부서 자연소멸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이 또한 인구 및 출산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라남도는 광역지역 중 소멸위험지수가 0.47로 가장 낮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자연소멸할 지역으로 지목됐다. 2019년 호남지역 여름성경학교 콘퍼런스에 영유아부서 사역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이 89곳(39.0%)이라는 발표는 주일학교 영유아부 사역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영유아부서 자연소멸의 또 다른 이유는 교회의 무관심과 전문가 부족 현상이다. 영유아부서는 사역의 특성상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케어해야 한다. 그래서 영유아부서 예배도 부모와 자녀를 함께 고려해 구성하고 진행해야 한다.

사역 또한 주일뿐 아니라 주중에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유아부 사역자는 전문가가 전임으로 맡아야 한다. 하지만 교회는 재정을 이유로 파트타임 사역자에게 영유아부서를 맡긴다.

총회교육출판국 한유완 연구원은 “영유아부서는 한 가정 한 가정을 돌아보고 케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중에 놀이학교 유아학교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심방사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파트타임 사역자이기 때문에 사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유아부서는 주일학교 사역에서도 가장 소외된 부서다. 유치부, 유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대학부는 존재하지만 영유아부서를 따로 운영하는 교회가 드물다. 영유아는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듣기 힘들다”라는 인식 아래 ‘영유아부서=탁아소’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일학교 사역자들도 영유아부서에 큰 관심이 없고, 영유아부서에 헌신하는 사역자들이 드물다. 교회의 왜곡된 인식은 결과적으로 영유아부서 전문가 부재를 불러오고, 영유아부서 자연소멸의 한 원인이 된다.

“영유아부 소멸은 교회 소멸로”

출구가 없어 보이는 영유아부 사역, 대안은 있을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역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출산율 제로라는 자연소멸, 교회의 무관심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기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영유아부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희망은 없습니다.” “‘자모실에서 탁아하는 존재’라는 인식 깨어지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 “출산율 급락은 영아와 유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교육 시장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아직도 20년 전 교재를 사용하죠. 세상은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이들의 눈을 현혹하는 교재가 넘쳐나는데 교회는 제대로 된 공과 하나 있나요?” “현재 영유아부 사역자 대다수가 50대 이상입니다. 젊은 전도사가 없어요. 그만큼 소외된 사역입니다. 헌신이 없는데 전문가가 양성될 것 같습니까?” “담임목사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하지 않아요.” “총회에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영유아부서 총회공과는 언제 만드는 겁니까? 수십 년 동안 교재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지금은 영유아부서가 자연소멸합니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유초등부가 자연소멸입니다. 20년 뒤에는 청년대학부 자연소멸입니다. 30년 뒤에는 장년부 자연소멸입니다.”

영유아부서 사역자들의 따끔한 회초리가 양약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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