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전체특강①] 대한민국의 현재와 교회의 역할
갈등 고착화된 한국사회서 ‘화해의 조정자’로서 교회 역할 막중

김황식 전 총리
김황식 전 총리

“기독교적 윤리관을 확립하는 것이 해답입니다.”

‘과연 이 시대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김황식 전 총리가 스스로 내놓은 답이다.

제56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 이틀째 전체강의에는 유난히 관심과 집중의 정도가 높았다. 강의 이전에 예정했던 강사와의 인터뷰조차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고자 밀려들고 대기까지 하는 통에 결국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당시 제41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대한민국 사법부와 행정부의 요직을 두루 경험하고, 총리 임기를 마친 후에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막강한 사회적 경험과 영향력을 가진 인물인 김황식 전 총리가 강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단에 선 김황식 전 총리는 한국사회에 대한 적나라한 진단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1927년에 세상을 병들게 하는 7대 사회악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원칙 없는 정치, 도덕성 없는 상업, 노력 없는 부(富), 인격 없는 지식,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 없는 쾌락, 희생 없는 신앙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약 1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 지적은 유효합니다. 저는 오늘날 여기에 공정성 없는 언론, 책임감 없는 NGO, 상호 존중 없는 양성평등 등 세가지를 더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총리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사회가 이루어 온 성과들을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취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는 동시에 대외경쟁력의 약화, 소득 양극화 및 지역 이념 세대 노사 양성 등의 갈등처럼 고착화된 문제점도 함께 짚었다. 더불어 앞에서 언급한 사회악들이 여기에 큰 작용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수많은 갈등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권력이 포퓰리즘에 빠질 때 더 심각한 문제가 양산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포퓰리즘은 우리 사회에 성숙하지 못한 갈등해결문화를 조장합니다. 무조건 떼를 쓰면 된다고 여기게 되고, 공적인 절차가 아니라 사적인 이익과 관계에 의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의존하게 되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법치주의라는 사회 근간을 흔들고, 나아가 국가의 기본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따라서 합리적 정치제도를 확립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김 총리는 강조하며, 독일의 정치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력분산과 타협의 정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계승하고 진화하는 정치 △경험과 검증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선호하는 중후한 정치 △사죄와 반성을 주저하지 않는 감동과 교훈의 정치 등을 독일정치의 특징으로 제시했다. 김 총리는 독일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국민들이 올바르고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치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역작 <대화>를 보면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나라였다가 하루아침에 몰락한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신준법(敬神遵法)의 정신, 즉 겸손히 하나님을 공경하는 마음과 법을 준수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 이 거대국가의 멸망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참담한 말로를 피하기 위해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김황식 전 총리가 결론으로 전한 메시지였다. 특히 기독교적 윤리관을 확립하여 세상의 혼돈한 질서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자유 평등에 더해 박애정신의 실천자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공의 가치 원칙의 수호자로서 떼법이나 정서법 등 불합리한 요소들을 배격하는데 앞장서주십시오. 대립과 갈등의 조정자로서 소통과 화합, 균형과 품격의 진정한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신앙심과 실력을 갖춘 시민들을 계속해서 양성해주십시오,”

강의에 앞서 자신의 유학시절에 믿음의 친구들과 함께 올린 신실한 예배, 선교를 위한 동역 등의 추억을 들려주며 청중들과 교감을 나눈 김 전 총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청중들도 깊이 공감했다. 예정된 시간을 다소 넘어서까지 강의가 진행됐지만 대부분의 청중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며 화답했다.

“시대의 갈등문제를 깊이 고민하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대안을 찾아보게 한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것이 한 청중의 강의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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