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성자’로 불렸던 방애인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선교사들을 도와 기전여학교 교사로 섬기며 사회운동을 시작합니다. 특히 그는 버려진 아이들, 부모가 키울 수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세우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다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방애인 뿐만이 아닙니다.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 임시의정원의 영남대표로 활약한 양한나, ‘광주의 어머니’라 불리는 소심당 조아라 등등 한국YWCA는 걸출한 기독여성들을 수없이 배출하며 이 땅을 밝혀왔습니다.

무엇보다 기독교신앙을 바탕으로 이들이 추구해 온 생명 정의 평화의 가치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이들을 감복시키며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자애롭고도 당찬 어머니와 누이들의 모습을 저 또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며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4월 중순 제게 날아온 한 통의 이메일은 저의 이 같은 신뢰에 큰 생채기를 냈습니다. 메일의 제목은 ‘한국YWCA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Y, W, C, A 각 글자에 담긴 무게와 이를 전부 다 감당해내려는 회원들의 고민을 아주 모르지 않습니다. 낙태죄에 함의된 남성중심 사회체제의 부당성 그리고 그 동안 여성들에게 과다하고 불평등하게 부여해 온 책임 등의 문제들에 저 또한 분개합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아직 피어나지 못한 태중의 생명들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찾으려한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며 죄악입니다.

살아갈 가치가 없는 생명,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사라져도 괜찮은 생명이 존재한다고 여긴다면 방애인과 같은 이들의 헌신은 무가치한 일이었고, 그들을 사랑하사 고난 받고 보혈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도 어리석인 행위였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C(Christian)’라는 글자, 다른 세 글자보다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는 바로 그 글자의 의미를 부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를 간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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