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옥 목사의 목회자를 위한 사진교실]

 

사진에는 현실적인 특성이 있다. 사진은 과거나 미래를 담을 수 없으며, 현재의 사실만을 정확하게 나타낸다. 사진은 아무것도 없는데서 무엇을 찾아 찍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카메라를 통해서 촬영하여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이해보면 ‘베낄 사’(寫)와 ‘참 진’(眞)자를 쓴다. 즉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남긴다는 뜻이다. 신문이나 TV에서 사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사진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서 진실을 알리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현장에서 기록하여 보여준다.

반대로 사진에는 비현실적인 특성도 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사진은 믿을 것이 못된다. 사진의 증거를 믿기 어렵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진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시대인 현대에는 더욱 그렇다.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를 통해서 사실을 왜곡시키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름 바다에도 겨울 갈매기 모습을 붙여 넣을 수 있다. 사진은 신장이 작은 사람을 큰 사람으로, 날씬한 사람을 비대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재주를 부릴 수 있다. 또 캄캄한 밤을 낮처럼 밝게, 작은 것을 크게, 멀리 있는 것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할 수 있다.

사진은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을 받는 제한적 특성도 있다. 사각형 프레임 안에 있는 사물만 제한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을 가지고 사진 밖 세상을 말할 수 없는 것은 제한적인 그 부분만 보여주는 특성을 사진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우연적인 특성도 있다.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은 아주 짧다. 1초에 10장씩도 찍을 수 있으며, 100분의 1초나 200분의 1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도 찍힌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바로 내가 사진기를 들고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도 필연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우연의 비중이 사진에는 워낙 크다.

언어적인 특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각 사진들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으며, 사진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뜻이 전달된다. 그래서 사진을 영상언어라고도 말한다.

사진 한 장의 파급효과가 상상보다 훨씬 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사진 한 장으로 사람들에게 분노의 폭풍을 일으키고, 결국 그 폭풍에 휘말려 생을 마감한 기자이야기 같은 것이 그렇다.

케빈 카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기자였다. 그는 1993년에 수단에서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가는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마침 사진 속 아이의 뒤에는 이 아이가 죽으면 곧 뜯어먹으려는 듯 노려보는 독수리가 앉아있었다. 얼마 후 그 사진이 세계 주요 신문에 실렸다. 그런데 엄청난 비난이 케빈 카터에게 쏟아졌다. ‘왜 아이를 돌보지 않았느냐?’ 카터는 다음 해에 33살의 나이로 자살하고 말았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 사진이 때로는 말이나 글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매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무한정으로 복사할 수 있다는 점도 사진의 특성이다. 한 번 촬영하면 얼마든지 않은 양으로 복사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사진의 가치를 절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희소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많은 양으로 복사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봐야지 결코 단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사진에는 예술적 특성이 있다.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두고 싸움이 치열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마침내 이 싸움은 20세기 중반에 와서야 끝났다. 결론은 ‘사진은 예술이다’라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사진에 대헤 ‘발견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피사체를 촬영해도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모든 사진이 다 예술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진기의 여러 기능들을 활용하여 사람은 더 아름답고 멋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기는 기계이다. 사진기를 통해서 촬영한 작품들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복잡 미묘한 특성을 지닌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계를 더욱 아름답고 멋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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