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다각적 후속논의 필요”
“낙태죄 폐지,다각적 후속논의 필요”
  • 박민균 기자
  • 승인 2019.04.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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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적 접근 집중 아쉬워” … 건강한 생명공동체 역할 강조

기윤실 긴급토론회 개최

헌법재판소가 현행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로 결정한 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보수적인 교회연합기관들이 헌재의 결정을 성토하며 반대운동에 나선 것과 의미가 다른 토론회였다. 목광수 교수(서울시립대)는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기독교계가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긴급토론회의 목적을 설명했다.

기윤실 바른가치운동본부(본부장:목광수 교수)는 4월 1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어떻게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는 낙태 및 낙태죄 폐지반대운동을 펼치는 프로라이프 전 대표 김현철 목사를 비롯해 산부인과 전공의 홍순철 교수(고대안암병원) 크리스천 페미니즘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달밤(믿는페미) 기독교 여성학자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윤리학자 문시영 교수(남서울대) 기독법률가회 정종욱 변호사가 나섰다.

긴급토론회는 정종욱 변호사가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분석하는 발제로 시작했다. 이어 발제자들이 각자 헌재의 결정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와 교회의 대응을 제시했다. 정종욱 변호사와 문시영 교수는 “이번 헌재의 판결은 관심만 있었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기독교계가 이제 큰 일 났다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 뒷북치는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낙태죄는 인간론에 대한 철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학 의학 사회복지학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주제이다. 기독교계가 다각적인 논의 없이 교리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기윤실에서 개최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긴급토론회에서 문시영 교수(오른쪽 끝)가 기독교윤리 측면에서 낙태와 여성의 권리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기윤실에서 개최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긴급토론회에서 문시영 교수(오른쪽 끝)가 기독교윤리 측면에서 낙태와 여성의 권리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또한 발제자들은 낙태죄 찬반 논쟁이 극단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했다. 임신 출산 육아로 힘든 여성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태아의 생명권 보호만 주장하는 것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하여 생명으로서 태아를 고려하지 않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백소영 교수는 “지금까지 낙태를 태아의 입장에서만 논의한 것이 문제다. 어떤 엄마가 낙태를 즐겁게 하겠는가. 낙태를 죄로 처벌하는 상황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이번 낙태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낙태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 태아 양자를 모두 보호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토론회의 목적에 맞춰 발제자들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헌재는 현행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새로운 ‘낙태 규제’ 개정법을 만들라고 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논쟁에서 보듯, 한국사회는 물론 국회도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부족하다. 2년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개정법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 구체적으로 개정법을 만들 때 △낙태를 허용하는 결정가능기간 논쟁 △낙태를 허용하는 사유 논쟁 △낙태를 시행하는 병원의 범위 논쟁 등이 대두될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홍순철 교수는 헌재에서 결정가능기간으로 예시한 14주 또는 22주에 의문을 제기했다. 홍 교수는 “산부인과에서 20주를 넘은 출산은 유산과 조산이라고 표현한다. 이미 태아를 인간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의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기간은 8~9주 정도다. 태아도 10주가 넘으면 인간의 모습을 갖춘다”며, 낙태를 할 수 있는 결정가능기간을 10주로 제시했다.

여성계를 대표해 참석한 달밤 활동가도 현재 낙태하는 여성들의 90% 이상이 6~12주 내에 시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밤 활동가는 어떤 조건이나 제한 없이 여성의 선택에 의해서 낙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낙태를 시술하는 병원도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철 교수는 유럽과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정부에서 지역별로 낙태를 시행하는 병원을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현철 전 프로라이프 대표는 낙태를 줄이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선진국처럼 ‘남성책임법’을 만들어 남성이 임신 출산 양육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낙태콜센터를 운영해 위기임신과 낙태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윤실 긴급토론회는 낙태죄 찬반 의견을 가진 발제자들이 참석했지만, 논쟁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백소영 교수의 소감처럼 “치열한 논쟁을 예상했는데 지향점이 다르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여성과 다음세대를 함께 보호하는 공동체를 위해서 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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