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기 목사, 20여 년 섬긴 교회 자발적으로 떠나
치유상담·영성사역 위해 개척 ‘다시 낮은 자리로’

지난 20일 경기도 광주시 목현동 은혜성산교회에서는 아름다운 이임식이 열렸다. 1999년 은혜성산교회를 설립해 20여 년을 묵묵히 사역했던 김한기 목사는 성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마지막 축복 인사를 전했다. 성도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떠나는 김 목사를 배웅했다.

김한기 목사는 새생명교회와 근처 춘천엘림수양관에서 매주 정기적으로 치유상담 집회와 영성세미나를 열고 있다. 김 목사는 특별히 치유상담에 있어 성경과 개혁신학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다. 자칫 치유상담이 은사 위주의 집회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치유 사역을 하지 않고, 집회 역시 공개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한기 목사는 새생명교회와 근처 춘천엘림수양관에서 매주 정기적으로 치유상담 집회와 영성세미나를 열고 있다. 김 목사는 특별히 치유상담에 있어 성경과 개혁신학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다. 자칫 치유상담이 은사 위주의 집회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치유 사역을 하지 않고, 집회 역시 공개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김 목사는 말 그대로 ‘뒷모습이 아름답게’ 교회를 떠났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임 사례비도 거절하고, 교인들이 내미는 봉투에도 손을 내저었다. 20년을 땀 흘리고 눈물 쏟아 일군 교회였지만, 김 목사는 “교회 마당에 있는 풀 한 포기, 돌 하나조차 내 것이라 생각한 적 없다. 모두 주님이 주신 것”이라는 마음이었다.

처음 김 목사가 이임할 생각을 밝혔을 때, 주위에서는 의아해 해는 눈길들이 많았다. 은퇴를 할 나이도 아니고, 손수 개척한 교회에, 거기다 시가로 따지면 상당액이 되는 교회당을 아무런 대가없이 후배 목사에게 맡기고 이임한다는 것이 요즘 세태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동료 목사들 역시 마찬가지. 요즘 같이 목회가 어려운 시대에, 수백 명 규모의 교회를 자발적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감동이 되면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질문들 앞에 김 목사는 “예전부터 교회는 내 당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하실 수 있는 목회자가 더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며 담담히 대답했다.

김한기 목사
김한기 목사

당회에서 준비하던 이임 사례비를 마다한 것 역시 마찬가지. 교회는 목사의 것도 성도들의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것인데, 자신이 교회를 설립했다고 해서 무엇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김 목사는 “사람들에게 사례비를 받는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되겠나. 하나님께 상을 받는 게 더 값지다”고 말했다.

김한기 목사를 이어받아 은혜성산교회를 섬기게 된 김일기 목사는 같은 노회(함동노회) 소속 후배 목사다. 3년 전 김한기 목사는 힘들게 개척교회를 섬기던 김일기 목사를 불러, 은혜성산교회를 섬기는 동역자가 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동역을 한 지 3년째 김한기 목사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후임 김일기 목사는 “어깨가 무겁다”며 “목사님께서 해 오신 사역들을 잘 계승하고, 목사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교회가 한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김한기 목사는 이임을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1년 전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에 새생명교회를 새로 개척했다. 교회를 개척하는데도 일절 은혜성산교회 재정을 사용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치유사역으로 유명한데, 그 사역을 통해 알게 된 춘천 지역 성도들이 교회 설립에 동참했고 십시일반 재정을 보탰다.

목회를 시작한 지 30여 년째인 김 목사는 새생명교회에서 목회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특별히 치유상담과 영성 사역을 중심으로 할 계획이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한 김 목사는 개혁신학을 바탕으로 한 치유상담가로 영적·육적으로 병들고, 힘들어하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있다.

“현대인의 아픔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육체적으로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외롭거나, 영적으로 공허하죠.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셨을 때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안아주셨잖아요. 우리 목회자들도 예수님처럼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전해야죠.”

치유상담을 하는 가운데 김 목사는 많은 이들을 만났는데, 그중 성남시에 있는 행려자 보호센터에서 만난 10대 소년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어머니 없이 자라 알콜중독인 아버지에게 허구한 날 구타를 당하던 소년은 보름가량을 길에서 노숙을 하다, 행려자 보호센터에 와 있던 참이었다. 행려자들을 씻기는 봉사를 하던 김 목사는 찢기고, 온몸에 멍이 들고, 냄새가 나는 소년의 몸을 손수 씻겼다. 얼마쯤 지났을까 김 목사의 목덜미 위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년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이 자기 몸을 씻겨준 적이 없다며 한없이 울었다.

“그 소년이 지금은 목사가 됐어요. 치유 사역을 하다보면 이 세상에 정말 소외되고, 불쌍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요. 작은 힘이지만 저를 통해 그들이 위로받고, 주님의 말씀으로 구원받길 기도할 뿐이에요.”

김 목사는 새생명교회 담임목사직 역시 시간이 되면 후임자에게 깨끗하게 물려줄 생각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만 그 가르침대로 살기 힘든 시대에, 하나님 앞에서 오직 청지기로 살아가고자 하는 김 목사의 발걸음이 아름답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