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계 재정·후원금 모금 갈수록 어려워진다

최근 5년간 선교단체 절반 가량 예산 및 모금 감소 … 선교사 77% “모금 힘들어”
재정적 어려움에 다음세대 선교 부정적 영향 … “전통적 모금 정책 재검토 필요”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이 16일 남서울교회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이 16일 남서울교회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 선교계에서는 선교비를 하나님의 공급에 의존하여 인위적인 모금을 경계하는 이른바 믿음선교(Faith Mission)의 원리가 암묵적으로 존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선교 지망생이 줄어들고, 은퇴 선교사의 노후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면서 선교비 모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선교연구원(원장:문상철)은 한국 선교단체 및 선교사 후원금 모금 현황과 개선방안을 다룬 설문조사를 실시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말 실시됐으며, 150명의 선교행정가, 그리고 278명의 선교사들이 설문에 응답했다. 한국선교계가 주목해야 할 주요 설문조사 결과들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설문조사 결과 한국 선교계의 재정과 선교 후원금 모금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한국 선교단체들의 절반 이상(56.9%)은 소속 선교사 숫자가 50명 이내로 소규모였다. 선교사 숫자가 100명 이내인 선교단체는 전체의 70.8%나 됐다. 선교사 숫자가 가장 큰 단체는 예장합동 교단선교부인 GMS로, 101국에서 2549명의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다.

선교단체들의 연간 예산은 절반 이상(55.2%)이 5억원 이내였으며, 연간 예산이 미화 1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단체는 3곳에 불과했다.

선교단체들의 지난 5년간 연간 예산은 줄어든 곳이 더 많았다. 43.5%의 단체가 지난 5년간 연간 예산이 줄어들었으며, 선교단체의 1/3 이하(29.7%)는 같은 기간 동안 연간 예산이 증가했다. 나머지 27.0%는 큰 변동이 없었다. <표1>

연간 예산과 아울러 선교단체들의 일반 모금도 지난 5년 동안 대체로 감소했다. 거의 절반 정도(48.8%)가 일반 재정 모금이 이 기간 동안 감소했으며, 증가한 단체들은 21.8% 수준이었다. 나머지 29.5%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후원금 감소는 선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선교사들의 월간 후원금은 미화 2000달러에서 4000달러 사이가 절반 이상(54.2%)으로 가장 많았다. 2000달러 이하인 선교사도 43.2%나 됐다. 종합하면 대부분의 선교사들(97.4%)이 미화 4000달러 미만의 월간 후원금을 받고 있었다. <표2>

후원금에 있어서 증가를 경험한 선교사들(34.9%)보다는 감소를 경험한 선교사들(37.9%)이 더 많았다. 27.2%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응답자 중 상당수(14.0%)는 급격한 후원금 감소(20% 이상)에도 불구하고 사역을 계속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후원금과 관련해, 선교사들 다수(79.4%)는 지난 3년간 필요한 금액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 절반 이상(51.8%)은 수입(후원금)이 현재에 비해 20% 이상 증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9.1%의 선교사들은 현재의 후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선교사들은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표시했다. 선교사들 중 다수(77.3%)는 모금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그중 절반 정도(38.1%)는 모금이 아주 어렵다고 응답했다.

후원금 모금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1/3 정도(33.9%)가 한국교회의 선교적 헌신이 약화되는 면을 지적했고, 다른 절반 정도(33.6%)는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재정난을 이유로 꼽았다. 사역의 열매가 적은 것이 이유라는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5.5%).

후원금 모금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은 사역을 계속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다수의 선교사들(71.3%)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선교 사역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반면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선교 사역을 중단할 것을 고려해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28.7%였다. 현재의 재정적인 문제가 지속될 경우에도 다수의 응답자들(73.6%)은 재정적인 이유로 사역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고, 16.8%의 응답자는 재정적인 이유로 선교 사역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선교사들은 재정적 어려움이 다음세대 선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선교사들의 대다수(76.5%)는 다음세대 선교 사역이 재정 부족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중 상당수(29.4%)는 영향을 받는 정도가 아주 심할 것이라고 봤다.

향후 5년간의 모금 전망에 있어서는 선교행정가나 선교사 모두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았다. 선교행정가들은 향후 5년간의 모금 전망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경우(34.6%)가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비율(22.2%)보다 높았다. 선교사들 역시 응답자의 절반 이상(52.2%)이 비관적으로 전망했으며, 낙관적인 전망을 한 선교사는 7.7%에 불과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문상철 원장(한국선교연구원)은 “젊은이들이 모금이 어려운 관계로 선교사로 헌신하는데 있어서 과거보다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슈는 한국 선교운동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모금 정책들을 혁신적인 가능성에 비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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