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위한 헌신과 공헌 적극 알리고 사회적 책임 진력하라

 

<기독신문>과 총회역사위원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공동으로 실시한 ‘3·1운동에 대한 전 국민 인식조사’의 결과(본지 제2194호 보도)를 역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역사신학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교회는 3·1운동 당시처럼 여전히 역사의 선봉에 있는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 그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번 조사결과는 역사위원들에게도 많은 고민, 그리고 적지 않은 해답을 제시했다. 분석과 평가 작업에는 총회역사위원장 박창식 목사, 역사위원회 실무진으로 섬기며 아세아연합신학대와 대신대에서 각각 역사신학을 가르치는 신종철 김병희 목사가 참여했다. <편집자 주>

3·1운동을 처음 촉발했던 주도세력을 종교인으로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이 10.5%, 그 중에서도 기독교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19~29세까지의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 세력에 불과했던 불교를(59.5%), 50대 응답자들은 종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3·1운동에 가담하지도 않았던 천주교를(37.6%) 만세운동 주도 종교세력으로 가장 많이 지목하며 왜곡된 역사인식을 나타냈다.

심지어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종교계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비율(27.8%)이 소수에 불과했다. ‘민족대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절반 가량이었다’(55.4%) ‘3·1운동으로 인해 가장 많은 탄압과 피해를 당한 것은 기독교인과 교회이다’(64%)라는 항목에 바르게 응답한 기독교인의 비율 또한 전체 응답자 비율에 비해서는 높았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수치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역사위원들은 우리 사회의 역사교육이 한국근대사에 끼친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독교계 자체적으로도 역사교육을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고 보았다.

박창식 목사는 “지금부터라도 성도들이 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일학교 공과나 다양한 자료를 개발하는 등 체계적 역사교육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는 한편 “3·1절 100주년을 계기로 기독교계와 일반 교육계 및 역사학계 간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한국교회가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3·1절 100주년을 보내면서 한국교회가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고 겨레의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을 감당해주길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올해 삼일절 군산시에서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벌어지는 모습.
3·1절 100주년을 보내면서 한국교회가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고 겨레의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을 감당해주길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올해 삼일절 군산시에서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벌어지는 모습.

국민들이 3·1운동 당시의 한국교회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과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난 데 대해서는 기독교에 적대적인 세력들의 확산, 대중매체와 SNS 등을 통한 한국교회의 부정적 측면 노출 등의 영향이 크다고 보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제공은 역시 교회 스스로 한 것이라는 진단에 역사위원들 모두가 동의했다.

신종철 목사는 “한국교회의 부정적 측면들을 살피는 항목에서 특히 교회의 기득권화, 목회자들의 성추문을 비롯한 윤리의식 결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왔는데 이것이 바로 현 실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서 “성경의 가르침대로 거룩성을 회복하고, 불신자들까지도 공감하고 탄복하는 수준의 윤리의식을 한국교회가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 중 51%가 여전히 한국사회의 문제해결에 한국교회가 기여할 역량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응답결과에서 역사위원들은 희망의 불씨를 찾았다. 또한 이와 연관하여 한국사회의 현안 해결과, 3·1정신의 올바른 계승을 통해 정당한 민의에 귀 기울이며 부응할 수 있도록 교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창식 목사는 남북분단을 극복하는 통일운동과 부패의 추방, 신종철 목사는 다음세대를 향한 충실한 역사교육과 신앙전승, 김병희 목사는 국가 자주권 수호와 우리 사회 계층 간·이념 간 갈등 해소 등을 한국교회가 짊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들이라고 각각 언급했다.

특히 김병희 목사는 “어떻게 생각하면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조차도 교회가 한국사회의 현안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 여기고 그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주기를 국민들이 기대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면서 “자기희생이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사회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하나님의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역설했다.

박창식 목사(대구 달서교회·총회역사위원장)

교회의 사회적 신뢰 회복이 시급
 

박창식 목사(대구 달서교회·총회역사위원장)
박창식 목사(대구 달서교회·총회역사위원장)

‘3·1운동에 대한 전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는 그 동안 발표된 다른 조사 보고서와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사료된다. 유독 고무적인 부분은 약 51%의 국민들이 한국사회의 수많은 난제 해결에 한국기독교의 역할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기대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고 본다. 첫째로 젊은 층을 끌어안는 기독교가 되라는 것, 둘째로 진보그룹을 수용하는 기독교가 되라는 것, 셋째로 현실문제에서 행동하는 기독교가 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기독교는 먼저 내적으로 고질적인 문제들(성장지상주의, 배타주의, 기득권화, 성추문 등)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하는 자기개혁의 지난한 과정이 요구된다. 외적으로는 대사회적인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3·1운동 당시 우리 사회 기독교인 비율은 전체의 2%가 채 되지 않았음에도 거국적으로 민족운동을 이끌었는데, 기독교인 비율이 크게 늘어난 오늘날에는 오히려 이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 이유가 바로 사회적 신뢰도의 하락에 있음을 자각하고, 한국기독교는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가하자면 한국기독교가 안으로는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밖으로는 사회와 다양한 측면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을 열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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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목사(대전 예인교회·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

기독교 역사교육의 부재 해소해야
 

신종철 목사(대전 예인교회·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
신종철 목사(대전 예인교회·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

이번 의식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첫째, 3·1운동의 주도세력이 개신교였다는 사실,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 3·1운동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받은 이들이 교회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대중들의 인지도가 낮았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3·1운동이 전개된 지 100년이 지나는 동안 일반 학교교육을 통해 가르치는 교과내용에 우리 근대사에 있어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3·1운동과 기독교의 연관성에 관한 내용들은 잠깐 언급하고 지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3·1운동 당시와 비교한 현재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대단히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3·1운동 직후 믿지 않는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의 주일학교 출석만큼은 흔쾌히 허락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사회에서 교회의 신뢰도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그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한마디로 ‘신뢰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국민들이 한국교회의 역량 발휘를 기대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는 대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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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목사(서변제일교회·대신대 교수)

부정적 교회관 확산 예의주시를

 

김병희 목사(서변제일교회·대신대 교수)
김병희 목사(서변제일교회·대신대 교수)

국민들과 성도들이 3·1운동에 있어서 학생들의 역할을 크게 보는 반면, 기독교의 적극적 참여와 주도적 역할에 대해서는 인식 수준이 낮은 것은 역사교육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일반 역사학계에서는 3·1운동의 전개과정을 분류하며 1~3차까지의 과정에는 학생들의 참여를, 3차 과정에는 농민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언급하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과 사실에 대해 총회와 개교회 차원에서 그 의미를 연구하고 교육함으로, 성도들이 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자신이 소속한 교회공동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 동안에는 진보적 사고를 하는 학생층과 지식인들, 그리고 30~40대 정도를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계층으로 여겨왔는데,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진보층 외에 50~60대, 자영업자 등에서도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남지역은 교회의 밀집 정도나 전체적인 교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인데도 부정적 인식 역시 높게 나타났다.

교회가 먼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진보층에서 제기하는 쟁점들에 대해서도 기독교신앙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들 또한 우리의 전도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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