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규 법학박사(세무법인 삼도 대표, 종교인과세한국교회TF 위원)

이석규 법학박사(세무법인 삼도 대표, 종교인과세한국교회TF 위원)
이석규 법학박사(세무법인 삼도 대표, 종교인과세한국교회TF 위원)

2019년 3월 종교인 퇴직소득의 과세기준일에 대한 소득세법일부개정안이 국회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그 내용을 보면 종교인의 사례비 및 퇴직금에 대한 과세규정이 2018년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이전에 적립된 퇴직금 상당액은 퇴직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및 언론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 감정을 걷어내고 논리적 법리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퇴직금에 관한 세법의 규정을 살펴보자. 소득세법은 1975년부터 현행과 같이 근로소득과 퇴직소득을 분리했다. 그 내용을 보면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받는 봉급 급료 보수 세비 임금 상여 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는 소득세법 제20조에서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갑종(을종)의 근로소득이 있는 자가 퇴직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소득’을 퇴직소득으로 하여 제22조에서 규정했다. 이후 퇴직소득의 개념이 2010년에 ‘퇴직함으로써 받는 소득 중 일시금’으로, 2013년에는 ‘사용자 부담금을 기초로 하여 현실적인 퇴직을 원인으로 지급받는 소득’으로 바뀌었다.

용어의 변경이 있었지만, 퇴직소득은 근로소득이 있는 자가 퇴직 시 지급받는 소득으로 한정됨은 변함이 없다. 바꿔 말하면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중의 일부를 적립하였다가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퇴직소득이라는 말이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 아닌 자가 지급받는 일시금은 퇴직소득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를 염두에 두고 종교인 퇴직소득으로 돌아가 보자. 소득세법시행령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은 2018. 01. 01. 이후 발생하는 소득 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과세기준일 및 과세기준금액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이로 인해 2017년까지 적립한 퇴직소득이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과세대상 여부의 판단기준은 있다. 즉, 2017년까지의 종교인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종교인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적립금도 퇴직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인 사례금은 1949년부터 2017년까지 68년간 과세하지 않았다. 그 동안 정부는 종교인의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인지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가부를 밝힌 적은 없다. 언론(한겨레 타임라인, 세금을 허하라-종교인 과세 논란 46년)의 보도에 의하면, 1992년 국세청은 성직자의 과세문제에 대하여 “강제 징수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성직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공식발표 한 적이 있다. 2006년에도 “종교인에 대한 과세의무가 명문화돼 있지 않고, 건국 이후 성직자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은 관행 등에 비추어 비과세를 국세청장의 고의적 직무태만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한 적이 있다. 이는 종교인 사례금은 비과세가 관행으로 성립되었으므로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위 내용으로 본 정부의 입장은 종교인 사례금은 2018년 이전까지 근로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과세대상이 아닌 사례금의 일부를 모았다가 나중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더라도 이는 퇴직소득의 성격상 과세대상이 아님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1949년 소득세법이 처음 시행된 이래 68년간 종교인 사례금의 비과세는 관행으로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신뢰이익은 보호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018년 이후 발생하는 소득 분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령이 만들어졌음을 볼 때, 법 시행일 이전에 적립된 퇴직금은 과세대상이 아닌 사례금의 일부이었으므로 퇴직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다. 

극히 일부의 일탈행위로 인해 종교인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탈 종교인에 대한 정죄를 빌미로 모든 종교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법의 법리를 잘못 세우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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