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철 목사(총회구제부 서기, 시온중앙교회)

나기철 목사(총회구제부 서기, 시온중앙교회)
나기철 목사(총회구제부 서기, 시온중앙교회)

고맙고 반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며 두 가지 생각이 스친다. “비가 좀 미리 올 것이지” 그리고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요란하게 울리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몇몇 분이 임시로 지은 천막에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더니 잔불이 남아 다시 피어오른다며, 겁에 질린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는 그날이 그만큼 공포의 날이었음을 직감했다. 그나마 사망자가 한두 명에 그친 것은 천만다행이라지만 어마어마한 재산피해가 있었다.

특히 우리 교단 교회 및 기도원과 수련원 중 완전 전소된 관서노회 소속 설악교회(수련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탈북자와 각종 선교단체들을 섬기면서 북한 선교의 꿈을 세워가고 있었으나 지금은 좌절위기에 놓여있다. 강동노회 소속 임마누엘기도원은 완전 전소됐고 버섯을 키우며 자활의 꿈을 키운 6개동 또한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 그리고 용촌교회에 화재 피해가 있었고, 신광교회는 약간의 화재 피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교단 교회에 출석하는 19가정의 성도들의 가구가 완전 전소되거나 심한 피해를 입었다.

고통당하는 그들을 위해 광범위로 퍼져있는 강동노회 7개 시찰이 돌아가면서 매일 헌신하고 있어 감사하다. 특히 광염교회의 신속한 대응이 감동적이었다.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천진초등학교에는 광염교회가 가져온 구제용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불 750채와 당장 먹을 음료와 라면과 빵 그리고 누구에게나 당장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기지고 온 것이다.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와 성도들은 강동노회가 구호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더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하라면서 떠났다. 참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심성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용촌교회 뒤편에 패널로 지어진 창고가 있었다. 대나무로 우거진 작은 산에 붙은 불은 엄청난 열기를 뿜어낼 뿐 아니라 산에 나무를 모조리 태우면서 용촌교회 예배당까지 엄습하여 패널을 모두 녹여 버렸고, 2중으로 된 외곽 유리는 갈라지고 깨졌으나 놀랍게도 예배당 내부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만 화마가 예배당 외벽을 약간 그을릴 정도로 용촌교회는 완벽히 보존되었던 것이다.

아울러 참으로 감동스러웠던 것은 불이 난 소식을 들은 강동노회 임원들이 사람이 서 있지도 못할 강풍을 마다하고 강릉이나 영월에서부터 달려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원들은 산불이 번지지 못하도록 물을 뿌려주는 행동을 하여 힘겨워하는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사실 작년 포항 지진현장에서도 예수를 믿던, 믿지 않던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수용되어진 곳에 교단 이름을 걸고 당장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모 교단의 움직임을 부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초기 기독교가 그리하지 않았는가! 모든 이에게 선한 행적을 보인다면(행 2:44~47, 고전 10:31~33) 이 땅의 희망인 교회가 그리고 무너진 교회의 위상이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이 일하심을 보곤 한다. 마태복음 25장 말씀처럼 그들을 돌본 것이 주님에게 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전국의 교회들에게 호소한다. 한 때 아이티 사태로 인해 수많은 목회자들이 총회를 불신하게 된 기억이 있지만, 부디 교단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교단의 위상을 위하여 이번에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제헌금을 총회로 보내주시면 투명한 집행 및 결과를 보고할 것을 약속한다. 아무쪼록 산불피해 교회와 성도들의 상처와 고통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치유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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