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소장(대전폭력예방 통합교육연구소)

최영미 소장(대전폭력예방 통합교육연구소)
최영미 소장(대전폭력예방 통합교육연구소)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미투’의 혁명과 같은 바람이 일어났다. 미투는 어느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그리고 교회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성적인 피해를 드러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성(젠더) 불평등으로 인한 차별과 폭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의 전 영역에서 당연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말할 수 없었던 성폭력의 아픔을 호소하는 미투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로 인지했기에, 변화를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지난 4월 3일 대전중앙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주최로 열린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로 발표를 했다. 예장합동 총회를 비롯해 각 교단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까? 필자는 우리 사회가 규정한 성의 틀 안에서 차별적인 관계를 인지하는 것, 그것이 폭력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한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에 기반을 둔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수용 능력을 의미한다. 즉, 남성과 여성을 차별적으로 보지 않는 것, 성별 차이를 이유로 배제하지 않는 것,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틀에 가두지 않는 것 등을 말한다.

교회 안에도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 교회 공동체는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대하는, 더함도 덜함도 없는 만남이어야 한다. 다만 영향력 있는 성숙한 자는 좀 더 약한 지체를 그리스도 안에서 한 영혼으로 세워주고, 그가 장성한 분량에 이를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을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감당하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에서 어렵게 아픔을 호소하는 지체가 있다. 그들이 아픔을 당한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라 행위자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잘못된 성 인식이 자신 보다 약한 지체를 향하여 남용 또는 오용되었음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알게 하고, 그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교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실을 말하려면 평판을 버리거나 때로는 인생을 걸어야 할 각오를 해야 했다. 교회 공동체는 피해자가 교회를 넘어뜨리려는 사단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지탄하기도 했다.

이젠 누구보다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성 인지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교회 안의 미투를 대해야 한다. 자칫 위력으로 행사될 수 있는 미투를 피해자가 처한 상황, 행위자와의 평소 관계, 권력의 불균형, 피해를 입게 된 경위, 사건의 전체적 맥락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야 한다. 사역자는 성도와의 관계에서 위력이 사용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사적공간의 개념을 지키려는 노력을 통해서 경계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하고, 전문가를 길러내어 예방을 위한 사역을 펼쳐야 한다. 공동체 내에서 미투 문제를 인지하였을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를 준비하고 사회적인 전문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적극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서 복음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교회가 먼저 힘 있고 건강한 모습을 갖지 못한다면, 신뢰감을 줄 수 없는 교회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전하고 싶은 복음까지도 그들은 신뢰하지 못하고 마음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복음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우리가 그 길을 막아서면 어찌 되겠는가. 교회는 먼저 우리 자신들을 되돌아보아 부끄러움이 없는 건강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복음을 들고 나가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역자는 이를 위해 교회의 하나 됨과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사명을 감당하는 자들을 준비시키는 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먼저 된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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