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에도 필리핀 비롯 긴급구호 현장서 진정한 진료 봉사 발자취 담아

고 박누가 선교사 헌신의 삶 담은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 개봉

영화 &lt;아픈 만큼 사랑한다&gt;는 암 투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도 필리핀을 위해 끝까지 의료 선교를 놓지 않았던 고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lt;아픈 만큼 사랑한다&gt;는 암 투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도 필리핀을 위해 끝까지 의료 선교를 놓지 않았던 고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가운데서도 필리핀의 아픈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고 박누가 선교사의 삶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 우선이었던 박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가 4월 3일 개봉했다.

박누가 선교사는 우연히 참여한 의료 봉사를 계기로 1989년부터 30여 년 동안 필리핀에서 환자들을 돌봐왔다. 마닐라에 누가선교병원을 세워 무료진료를 했고, 메디컬 버스를 마련해 50여 개의 오지 마을을 돌면서 진정한 봉사와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줬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2006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대지진,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 당시에도 긴급구호 및 지원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병마가 그를 덮쳤다. 열악한 환경과 과로 속에서 풍토병으로 고생했고, 1992년 췌장암을 시작으로 위암, 간경화, 당뇨 판정까지 받은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받은 암 수술만 두 차례다.

고통과 싸우면서도 박누가 선교사는 “내가 아파 봐야 아픈 이의 고통을 안다”며 의료 선교를 멈추지 않았고, 2018년 8월 세상을 떠났다. 박 선교사는 떠났지만 그의 헌신적인 삶에 감동을 받은 대중들의 그리움과 감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과 2016년에 KBS <인간극장>에 소개되면서, KBS 감동대상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누가 선교사의 마지막 이야기와 그 이후 2년 여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는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의료 봉사를 이어가면서도,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더 많다며 아쉬워하는 그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을 응원하는 대중들에게 봉사 이야기부터 항암 치료 과정까지 모두 공유했던 기록 또한 담겨 있다. 그들의 응원과 위로를 통해 힘을 냈던 박 선교사의 모습은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감동을, 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뜨거운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 겸 감독 추상미 씨의 내레이션도 몰입도를 높인다.

<인간극장>에서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담았던 임준현 감독이 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임 감독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원작 <백발의 연인>을 연출한 베테랑이다. 박 선교사의 별세 이후 필리핀을 다시 방문해 완성시킨 이번 영화는 임 감독에게 의미가 깊다. 2016년 촬영 당시 “5년 뒤에 3탄 방송 촬영하자”는 반농담을 박 선교사와 나눴는데, 비록 박 선교사와 직접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영화 제작으로나마 약속을 지키게 됐기 때문이다. 박 선교사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만큼, ‘인간 박누가’와 그가 마지막까지 보여준 뜨거운 의지, 그리고 따뜻한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준현 감독은 “박누가 선교사는 죽음 앞에서도 본인이 하던 일을 계속 하셨던 분이셨다. ‘한국에선 내가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지만, 필리핀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며 봉사를 멈추지 않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박 선교사는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진정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신 것 같다. 관객들이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업이 아닌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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