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화 <노아>가 개봉했을 때 여러 전도사님들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영화를 중고등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지 아니면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지 때문이었다. 나는 당연히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대부분의 전도사님들은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직 아이들이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분별할 줄 모르고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니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논리를 접하니 자연스럽게 질문들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과연 언제 콘텐츠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될까? 당시 전도사님들은 질문에 쉬이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내가 끝까지 전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콘텐츠를 소화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문화 읽기를 돕고 있는 빅퍼즐문화연구소의 모습.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문화 읽기를 돕고 있는 빅퍼즐문화연구소의 모습.

기독인으로서 문화 콘텐츠를 해석하고 비평할 수 있으려면 콘텐츠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의 관점이 기독교적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겨야 한다. 우리는 모태신앙이거나 신앙의 햇수가 길어지면 우리의 사유도 기독교적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데, 기독교적 사유는 절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은 성숙을 거듭할수록 자연인으로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관점과 기독교적인 관점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그때 당황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두 관점을 미세하게 조율하면서 맞춰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빅퍼즐문화연구소(이하 빅퍼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내고자 시작했다. 지난 6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길러내는 법을 배우고 동시에 기독교적 해석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론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배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과 합리적인 소통, 동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빅퍼즐의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가장 쉽게 다가오는 단어는 퍼즐일 것이다. 퍼즐 하면 재미있는 게임이 연상되지만 막상 5000피스의 퍼즐을 맞춘다고 생각하면 마음부터 어려워진다. 퍼즐 하나 하나의 모습은 형태도 애매하고 어떤 의미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퍼즐들이 제 자리를 찾아갈 때 그 연합의 실체를 찾게 된다. 빅퍼즐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고 찾아가는 실험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퍼즐을 맞춰가면서 더 큰 조각의 그림으로 연대하는 경험도 했다. 이 시대의 문화가 ‘각자도생’하라고 부르짖고 기독청년들마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자연스러워진 상황에서, 개인의 능력이 아닌 공동체성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적 연합체의 역할을 빅퍼즐은 꿈꾸고 있다.

빅퍼즐의 다른 의미는 바로 의문이다. 인생이라는 순례길은 명확한 해답이 있기 보다는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일 때가 많다. 그렇게 이어지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 작은 퍼즐들을 찾아 나간다. 그런데 때론 명확한 해답만이 믿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질문하거나 의심하면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을 만난다. 의심과 질문을 불편해 하는 문화는 소통과 공감을 가로막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좋은 질문을 필요로 한다. 솔직한 의심과 질문이 올바른 이해와 믿음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퍼즐을 맞추는 게임의 진짜 재미는 그 과정에 있다. 빅퍼즐은 질문과 의심의 과정을 즐기면서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오늘도 한 피스 또 한 피스를 맞추어 갈 것이다. 앞으로 연재할 칼럼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문화를 바라봐야 할 것인지 즐겁게 고민하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소망한다.

강도영 소장은 20대에 청어람을 통해 기독교와 문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송국, 영화사에서 영화를 수입·배급하는 일을 하다가 뒤늦게 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어떻게 영화와 신학을 접목해 세상과 교회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주중에는 빅퍼즐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주말에는 광교산울교회 청년부 사역자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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