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올바로 드러내는 착실한 주해자가 되어야 한다

강해설교 핵심은 성경 본문의 중심주제 바르게 찾는 것 … 진리 말씀과 청중의 삶 적용 균형 이룰때 설교는 빛이 난다

류응렬 목사 ●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 고든콘웰신학교 객원교수● 전 총신대 교수
류응렬 목사 ●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 고든콘웰신학교 객원교수● 전 총신대 교수

저는 1998년 가을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고든콘웰신학교에서 구약성경신학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설교학 공부를 위해 먼저 성경신학적 기반을 준비하려 모교를 선택했지만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강해설교의 ‘그 이름’이라 불리는 해돈 로빈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강예배가 시작되었고 설교자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청중에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한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그리스도인이 차를 마시러 온 사람들을 차례대로 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고 마침내 차를 마시러 사람들이 모이던 카페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로 바뀌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복음으로 영혼을 살리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모든 모양이 된 사도 바울에 대한 설교였습니다. 저는 숨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그의 설교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한 시대 강해설교라는 거대한 산맥을 형성한 그 설교자는 해돈 로빈슨이었습니다.

훗날 캔터키에 소재한 서든뱁티스트신학교에서 설교학으로 박사공부를 시작할 때였습니다. 해돈 로빈슨 곁에서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업 때 많은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때로 설교학적 논란이 일어날 때면 동료들은 저를 쳐다보곤 했습니다. 해돈 로빈슨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설교의 대부’라 불렀습니다.

해돈 로빈슨은 영미권의 10대 설교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발되었고, 1980년에 출판한 그의 책 <강해설교>(Biblical Preaching)는 150개가 훨씬 넘는 학교에서 설교학 주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돈 로빈슨은 뉴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달라스신학대학원과 서든감리교대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여 1964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모교인 달라스신학대학원에서 19년간 설교학을 가르쳤으며, 덴버신학대학원에서 12년간 총장으로 재직한 후 고든콘월신학교에서 1991년 이래로 가르치다가 2017년에 하나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해돈 로빈슨의 강해설교 정의

로빈슨은 강해설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강해설교란 일정한 배경 속에서 주어진 성경본문을 역사적, 문법적, 문예적 연구를 통해 얻어낸 성경의 개념을 전달하는 것으로서, 먼저 성령께서 설교자의 인격과 경험에 적용하게 하시고, 설교자로 하여금 청중에게 적용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강해설교란 성경본문의 의미를 오늘날 청중에게 적용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해돈 로빈슨의 강해설교 철학은 설교자와 본문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설교자가 본문을 지배하지 말고 본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들려주는 말씀을 신실하게 받아 청중에게 그대로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설교자가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권위는 본문 자체입니다. 본문을 통해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설교자의 가슴에 가득 차 있을 때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라는 확신 있는 외침이 가능합니다.

하나님이 의도하는 말씀을 찾기 위해 해돈 로빈슨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중심주제(a big idea)입니다. 성경을 대할 때 각각의 단어가 모여서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개념을 형성합니다. 로빈슨에게 중요한 것은 여러 본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중심 개념이 무엇인가, 즉 중심주제에 관한 것입니다. 로빈슨은 중심주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상적인 설교란 하나의 단락 혹은 여러 개의 단락에서 찾아낸 많은 사상의 지지를 받는 하나의 중심이 되는 사상을 설명하고, 해설하고,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로빈슨은 하나의 중심주제를 찾아내기 위해 주요소(subject)와 보조요소(complement)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주요소란 본문이 무엇에 관하여 말하는 가를 다루고, 보조요소란 본문이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무엇을 말하는지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시편 117편에서 주요소와 보조요소를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지어다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 이 구절에서 주요소는 “왜 여호와를 찬양해야 하는가?”이며, 보조요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기 때문이요, 그의 진실하심이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해석자가 찾아낸 중심사상이 확실하다는 것을 어떻게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로빈슨은 완벽하게 저자의 한 가지 의도를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찾을 것을 강조합니다. 로빈슨은 설교자에게 뛰어난 설교자가 되기 전에 착실한 주해자가 될 것을 요구합니다. “머리에 채우지 아니하면 입으로 나올 것이 없다.” 그가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 사상을 찾아내기 위해 로빈슨은 본문의 주어진 콘텍스트 안에서 역사적, 문법적, 문예적 연구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빈슨이 강조하는 것처럼 강해설교의 핵심은 본문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주제를 바르게 찾는 것이 시작입니다. 본문에 대한 적절한 주해 없이 삶의 적용에 치우친 설교는 근거 없이 짓는 모래집과 같습니다. 청중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본문을 벗어난 적용은 이미 진리의 말씀으로서 권위를 상실한 것입니다.

적용을 향해 나아가는 강해설교

로빈슨은 본문이 두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을 가르칩니다. 첫째, 성령께서 본문 말씀을 통해 설교자 자신의 인격과 경험에 먼저 적용할 것을 강조합니다. 설교자가 말씀을 전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말씀이 적용되도록 자신을 말씀 앞에 드릴 것을 부탁합니다. 필립 브룩스는 설교를 “인격을 통한 진리의 선포”(truth through personality)라고 정의했습니다. 설교자가 단순히 진리를 전하는 도구가 아니라 설교자의 전인격을 통해 말씀이 선포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시대 모든 설교자가 가슴에 새겨야 할 한 마디입니다. 한두 번 설교를 잘 준비하면 한두 번 설교는 성공하겠지만 설교자 한 사람이 잘 준비되면 생명의 말씀은 언제나 그를 통해 흘러나올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은 한 번의 메시지보다 한 사람의 메신저에 더욱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본문이 적용되어야 할 대상은 청중입니다. 청중에게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로빈슨의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합니다. 적용에서 설교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핵심주제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설교를 하는 근본 목적은 단순 본문 해석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을 통해 듣는 사람에게 거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강해설교에서 올바른 적용이란 무엇을 말씀할까요? 로빈슨은 올바른 적용이란 올바른 성경해석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잘못된 성경해석은 잘못된 적용을 탄생시키고, 잘못된 적용은 교인의 잘못된 삶을 잉태합니다. 진리의 말씀과 청중에게 맞는 적용이 균형을 이룰 때 강해설교는 빛이 납니다. 해돈 로빈슨은 올바른 적용을 위해 청중의 삶 속으로 들어갈 것을 강조합니다. 선포된 말씀이 자신의 삶으로 적용될 때 마치 철이 철을 만나 불꽃이 튀듯이 청중의 마음에 거룩한 부딪힘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내러티브 설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강해설교>가 처음 출판된 것이 1980년입니다. 20년이 지난 2001년에 개정판을 출판할 때 거의 비슷한 내용이지만 한 가지 차이를 보여줍니다. 책 말미에 내러티브 설교의 예를 하나 삽입한 것으로, 내러티브 설교에 대한 강조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아들 토리 로빈슨 목사와 함께 <1인칭 내러티브 설교>(First Person Narrative Preaching)를 출간함으로 내러티브 설교에 더욱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 로빈슨의 설교의 형식은 거의 내러티브 혹은 이야기식 설교 형식을 따릅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최근의 설교학자들이 보여주는 내러티브 설교 철학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빈슨은 성경의 무오를 믿고 성경에서 말하는 중심주제를 설교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그 진리를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서 내러티브 설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해설교는 본문을 대하는 근본적인 철학을 말하는 것이지 하나의 설교방법론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모든 기독교 설교는 강해설교가 되어야 하지만, 그 방법은 어떤 형식을 가져와도 좋습니다. 해돈 로빈슨은 본문을 가장 실감나게 잘 드러내어 줄 내러티브 설교를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째, 상상력에 대한 강조입니다. 내러티브란 좌뇌를 이용한 논리의 분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본문의 세계를 다채롭게 여행하게 합니다. 사울을 피해 도망하는 다윗의 심경을 묘사하려면 당시 다윗의 상황으로 돌아가 그의 내면을 읽어야 합니다. 물동이를 버려두고 마을로 뛰어 들어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소리치는 한 여인의 감격을 표현하고자 할 때 설교자는 소망 없이 살아온 한 여인의 고통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감정을 내가 체험할 때 비로소 설교자는 그 사람에 관하여 설교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설교에서 상상력은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들었을 때 그 고통스런 하룻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성경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설교자는 상상력을 통해 아브라함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상상력의 범위는 본문의 의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둘째, 로빈슨은 내러티브 설교의 좋은 방법으로 1인칭 내러티브 설교를 강조합니다. 1인칭 내러티브 설교란 설교자가 성경의 인물 속으로 들어가 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로빈슨은 내러티브 설교에서 한 가지 주의를 요구합니다. 설교자가 성경의 인물로 들어가야 하지만 성경 인물을 성경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리기 때문에 많은 설교자들의 성경 이야기가 성경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흥미는 있지만 성경적이지 않는” 것은 기독교 설교를 무너뜨리는 위험요소라고 경계합니다.

복음을 전하세요

2012년 봄에 고든콘웰신학교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학교에서는 해돈 로빈슨 교수 연구실을 사용할 수 있는 영광스런 특권을 주었습니다. 2017년 7월 교수님이 하나님의 품에 안기기 전에 교수님이 계신 펜실베니아 랑카스터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기력이 떨어져 일어나지도 못하신 분인데 멀리서 온 제자를 위해 온 힘을 다해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교수님은 제 눈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물었습니다. “성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강해설교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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