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후 한기총의 행보가 심각하다. 대표회장 취임식을 장충체육관에서 열며 정치인들을 초청하고 이승만·트럼프 대통령 찬양을 늘어놓더니, 8개 교단에서 이단성을 논의했던 변승우 씨를 회원으로 영입했다. 또한 기독자유당과 MOU를 맺은 데 이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공개 지지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시시각각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주사파’ ‘남로당 찌꺼기’ 등의 과격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교연과 통합 합의서까지 썼지만, 변승우 씨 영입 사태에 한교연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통합도 어려워졌다. 이 모든 것이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지 6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전광훈 목사는 과거에도 ‘빤스 목사’로 불리며 기독자유당을 창당하는 등 극우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기도 했다. 그 때는 개인의 돌발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의 행보는 대표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의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가 한국교회 전체의 의견이 된 것이다. 모든 한국교회가 자유한국당을 밀어주고 좌파정부를 극렬히 반대하며 이단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사실 한기총은 현재 회원 중 제일 큰 교단이 기하성여의도일 정도로 이미 연합기관으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했으나, 문체부 산하 단체라는 이유로 7대 종단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참여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한국사회는 여전히 한기총과 한국교회를 동급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년 2월 대표회장이 바뀔 때까지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기총 때문에 한국교회 전체가 비판받지 않으려면, 예장합동도 회원교단이 아니라며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옳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연합기구의 모델인 한교총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전통을 자랑하던 한기총은 그 정체성을 잃었다. 옛 향수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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