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자 중에 엑스(X)가 있다. 수학시간에 지겹게 접한 문자이기도 해서 떠올리는 것이 편치는 않다. 우선 이 X는 영어 알파벳 26개 중 24번째 글자다. 그리고 이것은 흔히 ‘곱하기’ 표시로 쓰인다. 또 알 수 없는 수를 X로 표시하고 답을 찾아내는데, 세상의 모든 얽힌 것을 푸는 과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생물학에서도 쓰이는 X는 성염색체로서 Y없이 X만 있으면 여성이 된다. 그리고 로마 숫자는 알파벳 I, V, X, L 등을 조합해서 만들어지는데 이 때 X는 10을 의미한다. 휴대전화기를 버전업(version up)할 때 붙는 숫자 ‘10’은 이 X로 표기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10(ten)’으로 읽어야 한다.

옷의 사이즈 표시에도 X를 사용한다. XS, XL, XXL 등. 심지어 XXXL로 매우 큰 것도 있다. 또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사람을 ‘X맨’이라고 표현하지만 원래 이때의 X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뜻한다고 한다. ‘사회를 은유하는 돌연변이들’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또 영화제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매우 단호한 의사표시로 쓰이는데 부정적인 경우다. 틀렸다든가 반대 등에 대한 단호한 표시이다. 최근에는 XOXO(엑소엑소)도 쓰는데 긍정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채팅용어로 이것을 쓰면 hugs and kiss(포옹과 뽀뽀)로 통한다고도 한다.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도 쓰는 것은 헬라어에서 ‘그리스도’의 첫 문자가 X이기 때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스도를 말하다 보니 크로스(cross), 십자가가 떠오른다. 가로 질렀다는 의미인 X(cross)는 각도를 조금 기울이면 +(십자)표시가 된다.

그리고 이건 써본 적이 없는데 일본 식당에서는 손가락으로 X를 조용히 표시하면 계산해 달라는 사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계산을 끝낸다’는 의미의 일본식 한자가 X자처럼 생겼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X라는 문자는 다양하게 쓰인다. 그런데 그게 어디 X뿐이겠는가? 모든 사람은 다양한 성격, 여러 기능을 보이고 또 하나인데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누구라도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획일화하거나, 그 성질을 고정시키려는 시도는 위험한 것이다.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또 사용된다는 것을 알아야 편견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배우자도 어느 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감춰졌던 X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면이 있었나 싶어 놀랍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그래서 오랜 세월 함께 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가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