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마지막 1년 헌신의 삶 집중 조명, 작품성과 흥행 ‘큰 호응’
2009년 초연 후 10년 맞아 드라마 보강, 감동 더한다

3·1운동 100주년으로 떠들썩한 올해, 독립 운동가들의 일생을 돌아보고 그 뜻을 이어가는 움직임이 문화계에서도 활발하다. 서적, 오페라, 미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념사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뮤지컬 <영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특히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1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뮤지컬 <영웅>이 개막 1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 깊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애국지사들의 삶을 다룬 뮤지컬 &lt;영웅&gt;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안중근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정성화(위)와 양준모.(사진제공=에이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애국지사들의 삶을 다룬 뮤지컬 &lt;영웅&gt;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안중근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정성화(위)와 양준모.(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집중 조명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의 면모와 운명 앞에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심도 있게 담아낸 수작이다. 2009년 초연 이래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창작뮤지컬,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과 최우수남우주연(정성화)을 수상하는 등 총 18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며 단일 작품으로는 최다 부문 수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 서울 공연 당시 개막 6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창작 뮤지컬 티켓 판매 연간 랭킹 1위를 기록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작품은 안중근 의사가 동지들과 함께 단지동맹을 맺으면서 시작한다.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청년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손가락을 자르며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진다. 초대 조선 통감직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온 이토 히로부미는 오랜 꿈인 대륙 진출을 이루기 위해 만주 하얼빈으로 가기로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안중근은 그를 암살하기로 결심하고, 동지들과 함께 거사를 준비한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무대도 화려하지 않지만, 안중근 의사라는 위대한 인물의 삶과 사상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갓 서른을 넘긴 청년이 가진 조국독립을 향한 꿈과 목숨을 건 나라에 대한 사랑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힘이 있다. 작품은 안중근뿐만 아니라 함께 한 수많은 독립군들을 함께 조명하면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고통을 감내한 이들을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호를 세례명으로 정할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안중근 의사의 신앙심도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랑하는 동지를 잃었을 때, 중요한 의거를 결심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 사형집행 직전에 안중근은 하나님을 부르며 십자가 앞에 매달렸다. 특히 사형집행을 앞두고 ‘하지만 나는 왜 머뭇거리나/하나님 앞에서 무엇이 두렵나/뛰는 내 심장 소리 들리지 않을까/두려운 나의 숨소리 저들이 듣지는 않을까’라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의 연약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무엇이 옳은 길이며 꼭 가야 하는 길인지를 깨닫고,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맡은 사명을 다하는 의연함을 보여준다.

뮤지컬 <영웅>은 10주년을 맞아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강화해 드라마를 더욱 견고하게 보강했고, 새로운 넘버들을 추가하며 감정선을 확실하게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 작품으로 배우의 입지를 다진 정성화와 양준모가 다시 안중근 역을 맡았으며, 정재은, 김도형, 이정열 등이 배우로 참여했다. 4월 21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화목금요일 오후 8시, 수요일 오후 3시와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저녁 7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와 저녁 6시 30분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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