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우물파기 프로젝트, 교회개척으로 이어져
“미자립 굴레 벗고 은혜의 통로 역할 감당, 큰 기쁨”

2월 25일 우간다에서 드디어 우물이 터졌다는 연락이 왔다. 숨통이 뻥 뚫리는 시원한 소식, 그 생생한 느낌은 한국의 어느 작은 농촌교회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봉곡교회(박철수 목사)는 전북 익산시에서도 아주 외진 시골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인구가 많지 않은 데다, 사는 것조차 넉넉지 않은 동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교회 운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박철수 목사는 부임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리라 여겼던 미자립교회의 굴레를 벗고, 은혜의 통로 역할을 감당하는 봉곡교회 박철수 목사와 교우들에게는 감사와 기쁨이 가득하다. 사진은 임직식의 모습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리라 여겼던 미자립교회의 굴레를 벗고, 은혜의 통로 역할을 감당하는 봉곡교회 박철수 목사와 교우들에게는 감사와 기쁨이 가득하다. 사진은 임직식의 모습

“노회에서 지원해 줄 교회를 정할 때는 대략 3년 정도를 바라보고 돕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봉곡교회에 대해서만큼은 주님 오실 때까지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만큼 부흥이나 자립과는 거리가 먼 교회라며 다들 포기한 상태였던 것이죠.”

부임 이후 상황도 녹록치가 않았다. 비좁은 옛 예배당을 빠져나와 어렵사리 건축을 완수했더니 어느 날 강풍과 폭우가 몰아쳐 심각하게 파손되고 말았다. 아무리 의지가 굳센 사람이라도 이 정도 시련 앞에서라면 망연자실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박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말씀과 기도로 차근차근 교회의 기초를 닦았고, 성도들이 헌신의 기쁨을 맛보게 이끌었다. 특히 박 목사는 솔직하고 담백한 글쓰기로 교우들에게, 이웃들에게 다가가며 마음을 나누는 작업도 꾸준히 펼쳤다.

그렇게 공들인 시간이 한 해 두 해 쌓이며 점점 노회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게 됐고, 어느새 도움 받던 교회에서 도움 주는 교회로 변모했다. 연간 예산이 1000만원도 안 되던 교회가, 이제는 재정 중 1500만원 이상을 이웃교회와 선교지 등 외부로 흘려보내는 교회가 된 것이다. 모두들 기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교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성도들의 신앙적 태도와 섬기는 자세가 달라지다보니 어느새 강소교회, 축복의 통로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 복의 통로가 뻗어간 행선지 중 하나가 바로 아프리카였다.

익산 봉곡교회의 후원으로 우물파기에 성공한 우간다 세트카나마을이 흥분의 도가니로 변모했다.
익산 봉곡교회의 후원으로 우물파기에 성공한 우간다 세트카나마을이 흥분의 도가니로 변모했다.

우간다 현지에서 사역 중인 서무일 선교사의 소개로 알게 된 세트카나지역은 2000명이 사는 마을에 식수 공급이 되지 않아, 아이들이 매일 먼 길을 오가며 물을 길어 운반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그 황량한 풍경 앞에서 박철수 목사와 봉곡교회는 여러 해 전 자신들의 모습을 읽었다. 꼭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우물 하나 파주면 되는 정도의 간단한 사업으로 여겼다. 하지만 한 번 관계를 맺으니 눈에 밟히는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조마조마했던 우물파기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완수된 후에도 봉곡교회가 우간다를 향해 계속해서 내민 사랑의 손길은 마을잔치로 이어졌고, 이제는 예배당 건축과 현지인 사역자 후원으로까지 확대되는 중이다. 감사하게도 현지에서 예배당 부지 기증이 이루어져 ‘봉곡’이라는 이름을 단 교회 간판이 올해 안에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시련을 극복한 상징과도 같은 봉곡교회 예배당
시련을 극복한 상징과도 같은 봉곡교회 예배당

“사실 지난 겨울은 저희 교회도 교회당과 사택을 개축해야 하는 분주한 시기였어요.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이 저희를 더욱 힘나게 했고, 더 큰 꿈을 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모두들 긍지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간다를 포함해 봉곡교회의 손길이 미치는 해외 선교지는 모두 여덟 곳, 여기에 국내 미자립교회와 지원단체들까지 합하면 모두 25개 공동체가 봉곡교회와 한 살림을 하는 식구로 지내는 셈이다.

그런 사연이 있기에 우간다 우물파기는 봉곡교회와 박철수 목사에게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자신들과 지금까지 동행하신 하나님께 올리는 감사의 표현이자, 앞으로도 이어질 헌신의 다짐이라는 의미를 담은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사역인 것이다.

봉곡교회에서 목회생활의 대부분을 보내고 어느덧 은퇴를 바라볼 나이가 된 박철수 목사. 하지만 행복한 사역 속에서 그의 심장은 마치 예전 청년시절처럼 또다시 힘차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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