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ㆍ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분과위원)

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 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분과위원)
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 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분과위원)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연예인들과 언론사주 그리고 목회자들의 성범죄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행태를 단죄하고 엄벌에 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성(性) 중독은 현재 정신장애로 확립된 질환은 아니지만 남성의 음란증과 여성의 색정증 이 두 가지의 증세를 기반으로 중독적인 증상이 나타난 정신 질환을 일컫는다.

대체적으로 성 중독으로 정신과를 찾아온 환자들의 대부분은 우울증, 조울증 등 심리적 불안 상태의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만났던 성범죄 가해자들의 사례를 되돌아보았을 때, 그들은 거의 성 중독에 가까운 양상을 보였다. 잘못된 성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범죄인지조차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경우도 흔했다. 그렇다면 성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어떠한 병이든지 그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듯이 성중독도 마찬가지다. 한때 이슈가 되었던 실험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진 브루스 K. 알렉산더 박사의 ‘쥐 공원’(Rat Park) 실험이란 것이 있다.

알렉산더 박사는 쥐 한 마리를 실험장에 가두고 진행하는 실험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쥐는 인간을 대리한 것인데 실제로 인간은 독방에서 홀로 지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사는 기존의 독방 실험장과는 전혀 다른 일명 ‘쥐 공원’을 만든다. 넓고 쾌적한 공간, 벽에는 숲과 나무를 그려놓고 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기구들과 함께 쥐를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를 풀어놓고 암컷 쥐도 함께 넣어 교미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이 상태에 물과 마약을 놓아두었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기존에 독방에 있었던 쥐는 물보다 마약에 반응하다가 죽었는데, 쥐 공원에 있는 쥐들은 마약을 섭취하긴 했어도 한 마리도 중독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낸 것이다. 이 실험은 중독에 대한 원인이 개인의 의지 문제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요인에도 있다는 것이 새롭게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중독 문제란 단순히 개인의 의지적 문제가 아닌 대인관계의 부재 그리고 이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 건강한 여가생활 부재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이 작용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첫 대인관계를 시작하는 곳은 바로 ‘가정’이라는 울타리이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 사랑받고, 사랑받는 존재로 성장해가며 애착형성의 가장 큰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대상은 가족 곧 ‘부모’이다. 특히 아이들의 애착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시기는 0~3세 유아기인데 이 시기와 유년기 때 가족 간의 즐겁고 행복한 의사표현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 스킨쉽 등 사랑의 대화가 많이 오갔던 사람들일수록 성 중독에 잘 빠지지 않은 성향을 보인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그동안 가족 간의 소통과 친교가 건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정일수록 중독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중독 상담에 임할 때 항상 대담자의 가족과 가정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 스스로 모니터링할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성 중독에 대한 문제를 단순히 ‘죄에 대한 욕망’ ‘신앙심 부족’ ‘음란에 대한 무절제’ 등 ‘죄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곤 한다. 물론 개인의 의지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지만 우리는 성 중독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과 가정의 사랑관계 부재라는 근본적 문제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파괴되고 무너진 가정과 가족구성원들을 따뜻한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품어줄 수 있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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