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주 박사(평통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평통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평통연대 사무총장)

양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냉전 질서 구축의 시발점이 됐던 한국 전쟁이 승패없이 휴전으로 끝난 지 66년이 지났다. 1989년 12월 미국과 소련이 탈냉전 선언을 하고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체제 전환 러시(rush)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한반도 분단은 해결되지 못한 채 30년이 지났다. 북은 핵 개발 카드를 거머쥐며 생존 전략을 펼쳐왔다. 1990년 한소 수교가 성립되고 1992년 한중 수교까지 이루어지자 다급해진 북은 김용순 국제 담당 비서를 미국으로 보내 북미 수교를 타진했다. 통독 과정을 지켜 봤던 국제사회는 북도 곧 남으로 흡수 통합될 것이라 막연히 예측했고 그런 북과 수교할 필요가 없었던 미국은 응하지 않았다. 북은 바로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했고 1차 북핵 위기 국면이 시작됐다. 1993년의 일이다.

북의 핵 문제는 군사적 측면이 강하지만 뒤집어 보면 에너지 사용에 관한 문제이기도 했다. 1994년 10월 북미 간 합의한 제네바합의는 북이 직접 핵을 개발하지 않는 대신 국제사회가 원전을 건설해 준다는 합의였다. 1997년부터 한국전력이 북측 신포지역에 경수로 공사를 착수하여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중 1998년 뉴욕타임즈에 금창리 핵 개발 의혹 기사가 실렸다. 여론이 들끓었고 현장에는 조사단이 파견됐다. 결과는 핵 개발 시설이 아니라는 것. 중단되었던 경수로 공사는 재개됐지만 북의 핵 개발 억제책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논의가 시작됐다. 페리 프로세스(임동원 프로세스)로 알려진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이 꼴을 갖추게 됐던 것이다. 내용은 북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국교를 수립하며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2차 북핵 위기 국면은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함께 발생한 9·11사태 이후 시작됐다. 페리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기 전 부시 정권이 들어섰고 불행히도 북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부시 정부에 의해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됐다. ABC(Anything But Clinton)정책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전 정부의 정책을 반대로 돌려 놓던 부시 정부에 의해 대북 정책도 바뀐 것이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2002년 방북한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회담에서 북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 후에 통역상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어쨌든 북은 제네바합의를 위반한 것이 됐고 미국은 50만톤(연간)의 중유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북은 영변 핵 시설을 가동시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했다. 이렇게 불거진 2차 북핵 위기는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공동성명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미국 재무부가 BDA 대북 송금을 막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북은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실험과 10월 제1차 핵 실험을 강행했다.

‘퍼주었더니 핵으로 돌아 왔다’는 주장은 남북관계가 국제관계의 하위 구조로 기능하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코 앞의 현상만 바라볼 때 가능한 논리이다. 1995년 북이 국제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자 미국을 비롯한 EU와 각국의 NGO들이 발빠르게 지원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국제 사회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지원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다. 북의 생존 전략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속의 짧은 지렛대로 북을 견인하고자 했다. 잘못된 전략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북은 우리가 지원을 하든 하지 않든 자기 생존을 위해 핵 개발을 이어갔던 것이다. 지금은 3차 북핵 위기 국면을 잘 마무리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주도권을 우리가 잡아야 할 시점이다. 북미 간 두 차례 정상 회담이 이루어졌지만 우리 도움 없이는 회담이 열리거나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 다시 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넘어 왔다. 무조건 잘 풀도록 여야와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은 왜 핵을 개발해왔는가? 이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북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고수하는 한 우리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북은 비핵화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와 함께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을 내걸고 있다. 거래 조건엔 미국도 동의하는 바다. 문제는 상호 간에 “네가 먼저!”를 외치고 있는 데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 정치범 수용소와 3대 세습 권력을 유지하는 북을 어떻게 믿겠는가? 그동안의 약속을 번번이 깨는 것은 물론 인권을 내세워 정권 교체를 마다 않는 제국주의 미국을 어떻게 믿겠는가? 뿌리 깊은 불신 속에 강대강 대결로만 치닫는 북미. 이들 사이에 우리가 있다.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수 이름을 간직한 한국교회가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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