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격(格)이 있다. 개인은 물론 조직과 단체도 격이 있다. 꼭 맞아떨어지는 단어로 표현 못한다 해도 대상마다 공통으로 느끼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을 통상 격이라 하며, 다른 말로 수준이라 말한다. 그리고 개인이든, 조직이든 표출하는 생각과 행동에서 격과 수준을 판가름한다.

지난 주간부터 2019년도 봄 정기노회가 시작됐다. 20년 넘게 봄노회 현장을 다니면서 지울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주객전도(主客顚倒)’와 ‘수준’이다. 이 땅에 노회와 총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개개의 교회가 부흥할 수 있도록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가 노회와 총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 마냥, 감시와 감독기능만이 작동해 교회를 힘들게 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또 하나. ‘총회가 썩었다’ ‘총회는 정치판이다’ 등의 말로 비판하며 총회를 멀리하는 모습이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하기 전에 자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총회에서 일하는 총대들은 어디에서 보내는가. 총회에서 다루는 안건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바로 교회요, 노회다. 교회와 노회가 파송하는 사람들이 총회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노회에서 상정하는 헌의안이 총회의 정책과 방향성의 근간이 된다.

그럼에도 정치적이라 비판하면서도 그 사람을 총대로 보내고, 생산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교회의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 있는 헌의안을 상정하지 않는 주체는 다름 아닌 노회요, 그 노회를 구성하는 자신들이다. 노회를 폄훼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총회 수준은 노회가 만든다는 의미다.

모쪼록 봄노회를 준비하는 노회마다 생산적인 사람을 총대로 파송하고, 헌의안을 상정해 주기를 기대한다. 격이 있고 수준 높은 총회를 만드는 그런 수준 있는 노회가 되기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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