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오 목사(서울영광제일교회)

김병오 목사(서울영광제일교회)
김병오 목사(서울영광제일교회)

골목 상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유명 쉐프이자, 사업가를 출연시켜 침체된 지역의 상권을 살려보겠다는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 프로그램이 되고 있겠는가? 이것은 비단 자영업 혹은 소상공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골목 상권 못지않게 동네 교회가 위협을 받고 있다.

건강한 교회의 생태계를 위해서는 샛강으로 비유될 수 있는 작은 교회들이 살아나야 한다는 주장이 강조되고는 있다. 하지만 실제 동네 교회 사역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당위성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도시 농촌을 불문하고 작은 교회들이 얼마나 많이 문을 닫고 있는 지는 통계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피부로 체험하고 있고, 이제는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동네 교회가 반드시 존립해야 하는 이유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한국기독교가 성장을 멈춘 지 오래이다. 작은 교회들은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교회가 여전히 존재해야 하고 성장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여전히 교회가 동네를 책임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 시대에도 에베소교회는 에베소 지역을, 로마교회는 로마지역을 책임져야 했다. 에베소나 로마는 당시 국가의 수도이기 이전에 하나의 지역이었다. 구약으로 올라가 봐도 소돔과 고모라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는 작은 자들인 ‘의인 10명’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도 대형교회들 뿐 아니라 동네의 문제를 더 깊이, 그리고 더 섬세하게 책임져야 할 동네 교회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여전히 동네에 있는 교회를 통해서 얻는 유익이 많기 때문이다. 교회가 동네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복음전도의 효과가 있다. 한국교회 부흥기 때는 동네마다 교회가 세워져 복음 확장 역시 잘 이루어질 수 있었다. 지금은 성장기 때처럼 동네 교회가 부흥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최소한 동네 교회 자체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동네 교회는 복음을 위한 이웃 섬김의 유익도 나눌 수 있다. 교회는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얼마든지 동네를 섬겨야 한다. 동네에 교회가 있어야 영혼구원뿐 아니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다. 동네 교회가 부흥되어야 그 동네를 잘 섬길 수 있다. 이러한 영적 선순환을 위해서 동네 교회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부흥해야 한다.

셋째, 동네 교회는 신자들의 신앙실천 현장인 동네와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은혜받아 말씀을 실천한다면 신앙성숙 과정들이 매우 촘촘하게 연결될 것이다. 언젠가 말씀을 듣고 순종해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동네가 아닌 먼 곳에 있는 대형교회를 다니는 신자를 본적이 있다. 이런 경우라면 자신이 신자인 것을 감추고 조금은 편하게 교회생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신앙이 자라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에 동네에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나라의 확장만이 아니다. 신자 개개인의 신앙과 실천에 있어서도 너무나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동네 교회를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예수께서 작은 일에 충성하라고 하신 말씀을 근거로 동네 교회 사역에 사명을 불태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동네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는 신자라면 위에 열거한 유익들을 생각하며 사명감을 갖고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앙생활을 할 교회를 찾고 있는 신자라면 일차적 선택이 동네교회여야 한다. 하나님을 위해서, 동네 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본인의 신앙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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