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만육 목사(대구 성은교회)

봄기운이 도는 3월이면 노회는 바쁘게 움직인다. 마치 겨우내 땅 밑에서 지내던 식물들이 땅 위로 싹을 틔우고 기지개를 펴듯, 봄 정기노회를 통해서 지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새롭게 섬길 준비를 한다.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대와 설렘이 있다. 주님을 위해 새롭게 무엇을 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필자는 노회 형편상 여러 차례 서기로 섬기며 임원을 했고, 지난 회기는 부노회장으로 노회를 섬겨 왔다.

류만육 목사(대구 성은교회)
류만육 목사(대구 성은교회)

항상 노회임원으로 세움을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떻게 섬길까”를 고민해 왔다. 지금까지 노회에서 임원으로 섬기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이다. 임원들이 어떻게 노회를 섬기느냐에 따라 노회원들이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더 즐겁게 교회를 섬기게 만든다. 또한 노회 산하 지교회가 더 평안하고 은혜롭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대부분의 노회 문제는 일차적으로 노회임원에 대한 정체성 혼란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노회임원을 노회를 섬기는 ‘사역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섬겨왔다. 성도들의 교회 직분이 교회를 섬기기 위한 사역자인 것처럼, 노회임원 또한 노회와 총회를 섬기는 사역자이다. 사역자이기에 노회와 총회에서 행하는 모든 일은 일차적으로 사역의 영역이 된다. 그런데 사역의 영역을 벗어날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고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예를 들어 노회임원이나 총회총대가 되는 것을 개인의 입지를 다지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발판으로 삼고자 했을 때 항상 노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리고 노회 본연의 사역과 행정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물론 노회를 섬기고 총회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과 열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귀하다. 누군가는 반드시 헌신하고 감당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교단을 사랑하고 총회를 열심히 섬기고자 하는 분들이 앞장서 헌신함으로 우리 교단이 건강하게 세워지고, 주님의 나라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모습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적으로 노회에서부터 바른 섬김의 원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위 갑질 행위를 오랫동안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교회의 대표들이 모인 노회에서도 노회를 통해 주님의 나라 건설과 지교회, 나아가 총회와 한국교회를 섬기는 데 있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직분에는 일할 수 있도록 힘이 부여된다. 노회장도 노회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권한과 힘이 부여되어 있다. 그 힘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겸손하게 섬기도록 부여된 것이다. 교회의 주인이 예수님이시듯, 노회의 주인 또한 예수님이시다. 교회에서 목사나 성도가 주인이신 예수님을 섬기는 종에 불과하듯이, 노회임원을 비롯한 모든 노회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모든 노회원들은 주인되시는 예수님 앞에 철저한 조연의 위치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주님 앞에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결코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주어진 사역에 집중할 수 있다.

예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예수님이 영광 받으시는 건강한 노회로 세워지려면, 주인공을 잘 섬기고자 하는 조연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회를 향한 주님의 뜻을 잘 헤아리는 조연의 역할로 노회를 섬긴다면, 노회는 건강하게 세워질 것이다. 지교회를 섬기는 목사와 성도들도 힘을 얻을 것이다. 또 주인되시는 예수님의 도우심과 역사가 강력하게 나타나서 기대와 소망이 있는 노회와 총회로 나아가게 될 것을 확신한다. 필자가 이번 봄노회를 더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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