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로 소환되어 루터의 이면 이해하다
16세기로 소환되어 루터의 이면 이해하다
  • 노충헌 기자
  • 승인 2019.02.2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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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인간, 예언자, 변절자 (린들 로퍼/복있는 사람)

정신분석과 사회경제 관점서 루터 둘러싼 역사 정황 생생히 그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루터 평전”.

이 소개의 문장이 책 <마르틴 루터-인간, 예언자, 변절자>(복있는 사람)를 출간한 출판사의 홍보문구이기는 하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635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지루하지 않게 읽혀지는 것은 저자의 루터에 대한 접근이 신선하고 생생하며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저자 린들 로퍼는 수많은 원천 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정신분석과 사회 경제 심리사학의 관점에서 루터라는 인물 자체와 루터를 둘러싼 역사 정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죄, 육체, 세속적 충동에 대한 기본적 의식을 포함한 인간 루터의 초상을 세밀하고 솔직하며 통찰력있게 다뤘다.

저자는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 종교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여성 최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역사학 흠정교수다. 종교개혁 시대의 역사 뿐 아니라 여성 문제, 독일 신비주의, 중세 시대 마녀사냥, 신앙과 주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다가, ‘루터와 종교개혁’ 분야에서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헨켈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10년의 세월동안 연구를 거쳐 이 책을 펴냈으며 2017년 울프손 역사상과 엘리자베스 롱포드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저자는 주로 루터가 쓴 소책자와 편지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해석하며 루터 신학의 배후에 있는 루터의 심리와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독자들은 어느덧 루터가 살았던 16세기로 소환되어 루터의 이면을 이해하게 된다. 루터는 더 이상 영웅시되지도 않지만 반대로 그를 모욕하거나 폄하하는 생각 역시 들지 않는다. 이전까지 루터에 대한 영웅주의적 읽기, 교파주의적 읽기, 심지어 신학적 읽기를 뛰어넘어, 인간이었으며 예언자였으며 변절자이기도 했던 한 역사적 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어느 누구도 시대의 아들과 딸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루터가 살았던 사회상을 파노라마처럼 생생히 펼쳐놓았다. 특유의 세심함과 종교심리학이라는 독특한 관점을 통해 당시의 시대와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또하나의 기쁨이며 도도한 시대의 흐름의 세례를 받았던 인간 루터의 모습을 여과없이 바라보게 되는 것도 지적 희열이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떤 대목에선 개혁의 신화와 통념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어떤 대목에서는 예기치 못한 동정과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로마가톨릭에 대해, 비텐베르크를 무정부 상황으로 몰아간 뮌처와 그의 집단에 대해, 그리고 북독일 제후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농민들이나 유대교와 유대인들에 대해, 성만찬에 대해 다른 이해를 가졌던 츠빙글리에 대해서 루터가 왜 그토록 격렬한 적의를 표출했는지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루터의 생애를 따라 찬찬히 추적해 간 이 루터 평전의 뒤를 좇으면서 루터의 신학과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작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저자 린들 로퍼는 “나는 루터를 형성한 사회 정황 및 문화 정황에서 루터를 살펴봄으로써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각으로 루터 신학을 조망할 접근법을 제시하고 싶었다”면서 “루터를 우상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모욕하고 싶지도 않으며 루터를 이해하고 싶었다”고 저술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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