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 목사의 포토에세이

정월 대보름. 자정이 가까운 밤에, 흘러가는 구름사이로 둥근 달의 얼굴이 들어갔다 나왔다 숨바꼭질을 한다. 창가에서 눈을 돌려 책상을 보니 30년이 넘도록 잡아온 카메라가 뚜껑이 열린 채로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동안 작은 종으로 목회를 감당하면서, 저 보름달처럼 수없이 초승달·반달·만월·반달·그믐달을 반복해 사는 동안 한 번도 내 손을 떠난 적 없이 동행해 온 카메라였기에 감회가 깊다.

특별히 한쪽 눈과 손에 장애가 있고, 기관지확장 등으로 건강 나이는 이미 80세나 마찬가지인 몸으로 주 하나님 지으신 지구, 전체 둘레 4만km의 지구를 두 바퀴 넘게 돌면서 수 없이 많은 피조물을 피사체 삼아 하나님의 솜씨를 찾아내서 전해왔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더불어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아내와, 40년이 넘도록 사랑으로 섬겨준 성도들. 그리고 늘 아껴주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여기며 감사하고 있다.

그간 지면을 할애해 준 <기독신문>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포토에세이’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평강이 넘치시기를 기도한다. 잠시 떠나 있다가, 사진과 글을 통해서 곧 다시 여러분과 만나 뵐 보름달을 기다리며 이만 맺으려 한다. 살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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