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조직신학)

김동춘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조직신학)
김동춘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조직신학)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 취임식장이 대정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말았다.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에 유독 보수 우파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취임식 내내 발언 내용과 수위는 가히 극우 정치판을 방불케 했다.

한기총은 정치단체나 정치기구가 아니다. 비록 한교연과 분열돼 있지만, 여전히 보수 기독교를 대표하는 단체로 인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구성원 대부분이 납득할만한 상식과 보편의식을 공유하면서 교회를 위한 공동선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번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보여준 극단의 정치적 행보는 그동안 한기총이 외쳤던 정교분리 원리에 완전히 위배되는 탈선행각이나 다를 바 없다.

정직하게 말하면 한기총의 정치적 탈선은 기독교의 보편적 가치인 사랑, 희생, 섬김의 원리에 근거한 것이 전혀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한국당의 정치논리, 그것도 한국당에서 가장 극우파 정치그룹의 행보와 긴밀하게 동맹하여, 그들의 하수인격인 행동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같은 보수 기독교 진영 논리가 추가됐을 뿐이다.

한기총의 정치적 사고는 과연 기독교적인가? 그들의 역사인식과 현 시국을 바라보는 정치적 사고는 보편적인 역사이해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에 전향적인 관점에 서 있는가? 

한기총의 역사인식은 이승만의 ‘기독교 입국론’에 서있다. 그러나 이승만의 건국이념은 김구를 중심으로 한 항일 독립운동 흐름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또한 해방 이후 국가건설 과정에서 친일 잔재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 지금도 위안부 문제나 일제의 과거사에 대해 응분의 사죄와 보상을 얻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보수 우파 정치권 인사들의 친일 발언과 행보들은 국민 다수의 역사인식과 현저하게 동떨어진 어이없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기총은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세우려 했다는 이승만의 건국이념으로 ‘기독교 입국론’에 기대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기독교 국가 미국’을 욕망하는 복제판에 불과하며, ‘반공 기독교’라는 철 지난 유산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반공 기독교’, ‘한미동맹’, ‘북한 궤멸’ 등의 냉전적 이념은 지금의 남북대화에 기초한 평화통일의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다. 

현 시국을 바라보는 한기총의 정치인식 역시 심각한 논리적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이번 취임식에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한기총 주변 목사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찬양 일색으로 치켜세운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북한 핵무기 해결과 개방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한기총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일거에 궤멸시킬 목적으로 북한과 대화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기총은 청와대가 주사파에 점령당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주사파와 협력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는 말인가? 한기총 논리대로라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개방으로 이끌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기총은 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한미군 주둔에 한미 양국이 동의한 것처럼 한미동맹은 문제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위협한다는 것 역시, 사실은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극우적인 정치 논리에 불과하다. 이들이 말하는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가 아니라 정권을 잃은 보수 우파의 위기일 뿐이다.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보여준 한기총의 모습은 우리 기독교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배치된다. 역사 편향적인 사고와 보편성을 상실한 극우적 이념으로 똘똘 뭉친 한기총의 정치관이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정치와 이념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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