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서 이례적 개최
전광훈 목사 “대한민국 해체세력 좌시 않겠다”
연합기관 비전 실종, 개인 찬양 발언 ‘눈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이 전광훈 목사의 정치집회로 전락했다. 2시간 반에 걸친 대표회장 취임식은 연합기관으로서의 비전과 방향성을 공표하는 자리가 아닌 전광훈 목사를 찬양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치하하는 말로 점철됐다.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은 2월 15일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장소부터가 이례적이었다. 예장합동 증경총회장 길자연 목사가 설교를 전했고,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춘근 전 연세대 교수, 오재조 전 유니언대학 총장, 이강평 서울기독대 총장, 장경동 대전중문교회 목사, 권태진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이 순서자로 참석했다.

순서자들은 전광훈 목사가 하나님이 위급한 때에 세우신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길자연 목사는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으로 한 나라를 구했듯이 하나님은 한국교회와 이 나라를 건질 수 있는 시대의 지도자로 전광훈 목사를 세웠다”고 했다. 이강평 총장은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말씀에 흠뻑 젖어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마음이 열리고 성령 충만을 받게 된다”고 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는 “복음통일 태극기통일을 이루고 신음하는 북한동포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전광훈 목사의 주요 레퍼토리인 이승만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날 취임식은 <하나님과 트럼프>(스티븐 E. 스트랭/퓨리탄) <이승만의 분노>(전광훈/퓨리탄) 출판 기념회를 겸했다. 서평을 맡은 이춘근 교수는 “이 책을 읽고 눈물이 날 정도로 하나님이 미국을 사랑하신다고 느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을 보고 사람들이 하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무성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은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중심에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 전광훈 목사의 말도 같았다. 전 목사는 취임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독교 입국론을 이뤄냈다”며 “그런데 이런 대한민국을 남로당과 주사파 찌꺼기들이 점령해 해체하려고 하고 있다. 돌아오는 3·1절에도 역사를 왜곡할 것 같은 예상이 든다”고 쏟아냈다.

이어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대한민국을 결단코 그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을 해체하려는 세력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1000만 유튜브 구독자 달성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외쳤다.

뚜렷한 정치색으로 대표회장 후보에 나설 때부터 우려를 샀던 전광훈 목사는 ‘대표회장에 당선되면 대사회, 대정부 정치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이름으로 정치집회를 열고야 말았다. 성도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회원교단에 ‘교단별 참여통계를 내어 그 결과를 임원인선에 절대 참고하겠다’는 문자도 보냈다. 심지어 앞으로 유튜브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전국 집회까지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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