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양영자 선교사 [주라...] 펴내

15년 몽골 사역서 채워주시는 축복의 경험 담아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현정화 선수와 함께 환상의 탁구 복식조라 불리며 이름을 날렸던 양영자 선수. 같은 인기스타였던 현정화 선수나 유남규 선수가 국가대표 감독을 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양영자 선수는 모든 영광을 내려놓고 몽골에서 15년 동안 사역하며 ‘주는 만큼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선교사가 되었다. 그가 그 아름다운 인생을 담은 책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전광/생명의말씀사)를 내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다.

신간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를 통해 내려놓음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는 양영자 선교사.
신간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를 통해 내려놓음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는 양영자 선교사.

생명의말씀사 본사에서 만난 양영자 선교사는 수줍고 온화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을 통째로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뚜렷한 확신과 강단이 엿보였다. 선수 생활 은퇴 후 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남편을 따라 선교지에 가서도 문화충격에 안면마비 증상까지 왔지만 그는 “그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었다”라고 고백했다.

“은퇴하고 제2의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까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허탈함이 들었어요.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쉽지 않았고,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심각한 우울증이 오더군요.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거식증에 환청도 생겼고요. 선교지인 몽골에서는 황량한 사막에다 예의와 약속이라고는 모르는 현지인들의 모습에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가 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제 옆에 좋은 사람을 붙여주셨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를 느꼈어요. 그리고 고린도후서 1장 4절 ‘네가 환란을 받는 것은 너를 위로하사 그 위로로 다른 사람을 위로하게 하려 한다’는 말씀을 붙들게 됐죠. 그 결과 나와 비슷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제자를 7년 동안 보살필 수 있었고, 현지인들도 마음 깊이 사랑하게 됐어요.”

당대 유명한 탁구선수가 갑자기 남편을 따라 선교지로 간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기자였던 남편 이영철 선교사는 총신 신대원을 졸업한 뒤 WEC국제선교회에서 성경번역을 위해 1997년 몽골로 파송받았다. 양영자 선교사 역시 선교훈련을 받고 함께 했다. 그 결단은 그가 선수 시절부터 ‘탁구로 선교하겠다’는 마음을 오랫동안 품어왔기에 가능했다.

“제가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1986년 중국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리게 됐어요. 당시는 중국과 수교가 되지 않았을 때라 선수로 중국에 들어가면 전도지를 나눠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의사의 반대에도 수액을 박스에 싸들고 중국으로 갔는데, 중국은 탁구가 워낙 인기라 타국 선수인 저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더라고요. 같은 크리스천이었던 현정화 유남규 선수와 함께 전도지에 사인을 해줬어요. ‘이렇게도 선교할 수 있구나, 은퇴하고도 탁구를 통해 선교해야지’ 다짐을 새삼 하게 됐죠. 남편이 몽골에서 선교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제가 받은 비자 덕분이에요. 하나님이 주신 은사인 탁구로 영혼을 구원할 수 있으니 감사하죠.”

양영자 선교사가 몽골로 떠날 때는 단순히 선수로서의 명예와 영광만 내려놓은 것이 아니었다. 금메달리스트로 받을 수 있는 적지 않은 연금은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전세 자금은 선교단체에 다 주고 떠났다. 하나님께서 공급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선교지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그 은혜를 경험했다.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는 책 제목도 거기에서 나온 것이다. 책을 쓴 전광 목사는 “금메달리스트로서 내려놓음이 쉬운 일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양영자 선교사의 삶이 남에게 내어줌으로써 채워졌다. 그 경험이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로서 인생 1막, 선교사로서 2막에 이어 성경번역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온 양영자 선교사에게 인생 3막이 열렸다. 지금 그는 ‘꿈나무 유소년’ 감독에다 소외된 지역 학교를 찾아가 일일 강습을 해주는 등 다양한 재능기부로 사역하고 있다. 몽골에 있는 동안 큰 실업팀 감독 제의도 받았지만 사역을 끝마치지 못해 고사했던 그에게 하나님은 하남시 스포츠센터 탁구 교실, 동탄 양영자 탁구 클럽을 선물로 주셨다.

“지금은 청소년과 꿈나무를 키우는 것이 큰 보람이에요. 특히 어린아이들이 탁구를 하면서 그 마음에 복음이 심겼으면 하는 소망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주일에는 지역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를 찾고, 해외에서는 방안에 모여 예배를 드리죠. 이것 또한 하나님이 준비하신 섭리라고 생각하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작은 탁구공에 복음을 담은 양영자 선교사의 활약이 30년 만에 고국에서 또 다시 시작됐다.

양영자 선교사는 현재 꿈나무와 유소년들에게 탁구를 가르치며 인생 3막을 다시 열고 있다.
양영자 선교사는 현재 꿈나무와 유소년들에게 탁구를 가르치며 인생 3막을 다시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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