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연합체제 사실상 포기, 직원 희생 통한 구차한 생존

완전 파산의 기로에 서 있던 한국교계 최대 연합사업인 기독교TV가 일단 실낱같은 「기사회생」을 기회를 얻었다. 구체적인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120억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자본가 2-3명이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TV가 이들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희생은 결코 작지만은 않다. 우선 3대 주주교단을 중심한 교단연합체제는 일단 포기해야 한다.


자본주들은 그들이 투자하는 만큼의 기득권을 행사하기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정관은 3대 주주교단이 균등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주식투자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자본주들은 일단 이 제한부터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5월22일 기독교TV 이사회는 사실상 이런 요구조건을 수긍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끌어내기 위해 4인위원회를 구성했다. 4인위는 임시주주총회에 이런 정관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관개정의 골자는 3대 주주교단 중심으로 되어있는 주식인수권한을 전체 참여교단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참여는 반드시 교단을 통해야만 하는 규정은 그대로 지켜지게 된다. 95년 9월 기독교TV가 당시 공보처로부터 인가 받을 당시 향후 3년간 주주는 개인이나 개별 교회는 될 수 없고 오직 교단만으로 제한한다는 허가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9월 이후 자본주들은 교단 배경을 갖지 않고도 자유롭게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정관개정은 한시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20억원을 투자하는 자본주는 올 9월 이후 3대 주주교단 보다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고 지배주주로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들의 요구조건은 「정관개정」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요구도 기독교TV측으로서는 감당하기에 무거운 짐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무려 57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해 달라는 것.


현재 97명의 직원 중 57명을 감원한다면 남은 인원은 40명에 불과하다. 자본주들은 이 정도의 회사규모가 현재 재정상태로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는 적정인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상적인 방송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들은 회사측의 감원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실질적인 사장 책무를 맡고 있는 윤재신 대표이사의장 대리는 『자본주들이 감원을 위한 자금을 지원할 경우에 한해 직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재신 대표 대리가 제시하는 명퇴조건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6개월 이나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과 소정의 보너스 이외에 2개월 정도의 급여를 추가 보상해 준다는 것.


직원들이 정리해고 수준과 별 차이가 없는 이 정도의 조건에 만족하고 순순히 명예퇴직 신청을 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단 엄청난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기독교TV가 파산할 경우에 비한다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현재 구성된 기독교TV 노동조합은 조만간 총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지를 물을 예정이다. 그러나 노조측이 『6개월이나 한푼의 월급도 받지 않고 회사를 지켜온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회사측의 대량감원 방침은 반드시 순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정관개정」과 「구조조정」이 무난하게 이뤄질 경우, 기독교TV는 「회생」을 향해 한걸음 성큼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단연합체제라는 기본틀과 복음방송을 위해 일해온 직원들의 「사명감」을 희생시킨 「구차한 생존」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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