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림동산 선교사묘역에서 114년 전 성탄절에 광주의 첫 예배를 인도한 선교사들의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연 몇이나 올까 궁금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초대한 동네사람들을 기다리며 연신 바깥쪽만 바라보는 선교사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초조함 자체가 아니었을까.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선교사들은 언덕배기를 올라 자신들의 집으로 향하는 양림동 사람들의 긴 행렬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무려 200명 가까운 한국인들이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과 오웬(한국명 오기원)이 머무는 거처로 모였다. 성탄송이 울려 퍼지고, 광주의 첫 예배가 시작됐다. 1904년 12월 25일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백년 여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2018년 12월 25일, 광주교회의 후예들이 첫 예배가 열렸던 양림동산에 다시 모였다. 첫 만남이 호기심이었다면, 이번 만남은 깊은 감사였다.

광주광역시기독교교단협의회(대표회장:문희성 목사)가 양림동산의꿈 남구기독교교단협의회 등의 단체와 함께 ‘양림동산에서 성탄을!’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빛고을성탄문화축제는 80여 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 양림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종석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광주지구 대표) 안내로 양림동산 선교사묘역을 비롯해 유진벨기념관, 오웬기념각, 우월순선교사 사택 등 당시 선교사들의 자취가 서린 공간들을 차례대로 순례하면서 회고와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각 순례지마다 M하프단 광주CCC플래시몹팀 광주트럼펫콰이어 등의 연주와 기도 순서가 마련됐다. 리종기 목사(빛과사랑교회)가 헌정한 추모시를 김승원 목사(도림교회)가 낭송했고, 참석자들이 양림동산에 묻힌 선교사들의 묘소에 헌화하기도 했다.

문희성 목사는 추모사에서 “선교사님들의 희생과 헌신의 토대 위에 광주의 복음화와 근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그분들의 정신과 가치를 우리가 계승해 하나님 기뻐하시는 더욱 위대한 일을 해나가자”고 역설했다.

추모의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양림동산 중턱에 위치한 호남신학대(총장:최흥진)로 이동해 김병내 남구청장 등 기관장들과의 오찬시간을 가진 후, 계속해서 성탄축하콘서트와 성탄트리 사진 콘테스트 시상식 등의 행사를 이어갔다. 광주극동방송 배성은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콘서트에는 광주핸드벨콰이어 친친클래식 등과 찬양사역자 박요한 목사 등이 참여했다.

한편 광주의 첫 예배장소인 유진벨 선교사 사택에서 진료소로 출발한 광주기독병원은 이번 성탄을 앞둔 12월 20일 오웬기념각으로 지역주민과 환우들을 초대한 가운데 성탄칸타타 <생명의 빛>을 연주했으며, 작은예수봉사대라는 팀을 조직해 이웃들을 위한 나눔사역을 펼쳤다. 양림동산 복음의 꽃으로 피어난 광주양림교회 앞마당에서는 12월 한 달 동안 버스킹 형태의 작은 음악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114년 전 성탄절에 울려 퍼진 양림동의 성탄송은 이제 우렁찬 천국의 하모니로 재현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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