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혁 사무국장(대구서문복지재단)

▲ 신동혁 사무국장(대구서문복지재단)

2018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예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이 땅에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말이 되면 지역사회의 기업들과 지역단체들, 그리고 복지기관과 교회들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훈훈한 겨울을 보내고는 한다.

이러한 활동이나 사업들이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계시는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일시적인 활동에 그친다면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이웃들이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에 시름하는 이웃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큰 사랑을 한번 주고 떠나면 받는 분들은 일시적으로 감사할 수 있겠지만 그 다음에는 오랜 시간동안 그 사랑을 기다리며 힘들어할 수 있다. 한 번에 크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작게 나누어 오랫동안 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교회가 이웃과의 관계를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적인 사랑의 연결고리로 방법을 찾을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웃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거나 지속적인 봉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가 있는 교회는 지역의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이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회가 전문적인 복지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규모 교회들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시설에서 꾸준히 사역한다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지역의 일반봉사단체에 가입하여 봉사활동을 정성스럽게 행하는 만큼 교회 조직으로 지역사회 내에 영향력을 나타내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날 사회복지영역에서는 복지 대상자들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돌보고 보호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웃들을 국가에서 기본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동시에 마을단위에서 그 이웃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교회가 그 마을 한 가운데로 들어가 협력하는 하나의 주체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인 자원을 가지고 활동하면 더 큰 영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복음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관계를 돕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관계를 살리지 않고 돕는 일은 오래가지 못한다. 행사는 그럴 듯하게 했지만 도움을 받는 분들과의 관계가 남지 않으면 그 도움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할 것이다. 세상적인 기준의 사랑으로 돕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곡된 사랑이나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사랑이 아니라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행하는 건강한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다. 교회마다 내년 예산편성을 하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부분을 나눔에 사용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탄절에만 깜짝 나타나는 산타의 기능을 하는 교회가 아니라, 정이 많고 사랑이 많은 가족과 친구 같은 교회가 되어 줄 때 그들의 영혼 또한 주님께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에만 끓어야 할 자선냄비가 아니라 언제나 따뜻한 기운으로 어렵고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채워줄 수 있을 때 교회와 더불어, 그리스도인과 더불어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될 줄 믿는다. 인류의 구주가 되시는 예수님을 맞이하는 성탄을 기뻐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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