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출판사 약진·CCM 유튜브 활용 ‘눈길’

성경말씀 담담히 그린 영화 <바울> 흥행 … 기독공연 불황 장기화, 대책 시급

2018년도 한해 기독교 문화계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불황 속에서도 문화 사역자들은 각자의 재능을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고 주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사명에 최선을 다했다. 교계 문화기자 모임인 CC+가 출판, 영화, 음반, 공연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2018년 기독교 문화계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 작년에 이어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는 판매량 최고를 기록했다.

출판

2018년 기독교 출판계는 신생 출판사의 약진, 전문성 있는 서적들의 증가로 요약해볼 수 있다. 빅3로 불렸던 두란노, 생명의말씀사, 규장이 여전히 점유율이 높기는 했으나 새물결플러스, 샘솟는기쁨, 아르카, 복있는사람 등 신생 출판사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한 해 베스트셀러 188종 중 두란노가 29종, 규장 27종에 이어 복있는사람 18종, 새물결플러스 13종, IVP가 11종을 배출했다. 예년에는 빅3가 베스트셀러를 주도했다면, 올해는 무려 11개 출판사가 베스트셀러의 72%를 차지했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로, 작년에도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과 <결혼을 말하다>가 차지했다. 팀 켈러는 베스트50에 6종의 책을 올렸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신학관련 서적이 증가하면서 기독 출판계가 더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신학일반, 역사신학, 조직신학 등을 망라하면 전체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은 “과거 신학서적이 목회자들의 영역이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신학서적 증가는 독자들이 좀 더 전문적이 되었다는 뜻”이라며 “출판사들이 기존 독자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해 그 수요에 맞춘 높은 수준의 책들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년, 청소년 관련 서적은 현저히 적어 다음세대를 향한 우려가 걱정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인 반응을 하는 출판사도 눈에 띄었다. 최승진 사무국장은 “IVP가 <알라: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은 같은가>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등, 기독교인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책들을 많이 출판했다”며 “출판사들의 노력으로 한국교회의 사회적 이슈 관련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불황 속에서도 2018년 한 해 기독문화 사역자들은 열정을 쏟았다. 주목받은 작품으로 영화는 성경 내용 그대로를 담백하게 담아낸 <바울>,
불황 속에서도 2018년 한 해 기독문화 사역자들은 열정을 쏟았다. 주목받은 작품으로 영화는 성경 내용 그대로를 담백하게 담아낸 <바울>,

올해 극장가는 흥행작이 예년에 비해 많지 않았고, 이는 기독영화 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2017년이 관객 동원에 최정점을 찍은 후, 올해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여 편의 기독영화가 관객들을 찾았으며, 그중 <바울>이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여 기독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바울>은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을 그린 영화로, 별다른 연출 없이 성경 말씀 그대로의 내용으로 비수기에 개봉했다는 점이 흥행 요인이었다. 필름포럼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사도행전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이 목회자나 성도들에게 어필했다”고 분석했다.

2위는 <신은 죽지 않았다3-어둠 속의 빛>으로 8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1위와 2위 모두 CBS시네마가 배급했다. 배우 추상미가 감독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4만 명의 관객으로 3위에 올랐다. UPI가 배급한 <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이 4위, CCM 아티스트 바트 밀라드의 실화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이 5위였다.

1~5위가 모두 외국영화인 가운데, 인도 바나나합창단 김재창 지휘자의 이야기를 다룬 <바나나쏭의 기적>이 6위를 차지한 것이 눈길을 끈다. 기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 전략을 짜기도 했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은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제작한 기독영화의 가능성을 높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음반

마커스, 제이어스 등 예배팀이 주도했던 CCM계에 올해는 작게나마 지각변동이 있었다. 2018년 10월 기준 탑100차트에 올라온 곡 중에 예배곡은 87%로 작년 같은 기간 94%에서 약간 줄었다. 미세한 차이지만, 최근 몇 년간 예배곡들이 탑100을 싹쓸이했던 것을 생각하면 유의미한 결과다. 특히 탑10 안에는 예배곡 이외의 곡을 찾을 수 없었는데 올해는 작곡가 염평안의 <요게벳의 노래> 등 총 3곡이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열풍은 CCM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배팀의 예배영상이 유튜브를 장악했는데, 이제는 쉽게 홍보하거나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CCM 아티스트들도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염평안의 경우 12월 현재 한 클립 조회 수가 115만이 넘을 정도다.

미디어스코프 콘텐츠사업팀 송재호 팀장은 “이제는 CCM 가수들도 마케팅에 뛰어들어야 한다. ‘노래만 잘 만들면 들어주겠지’와 같은 생각은 현 시대에 통하지 않는다. 최근 아티스트들은 유튜브는 물론 스스로 직접 보도자료까지 만들면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CCM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올 한해 나온 음원은 4000곡이 넘을 정도다. 대규모 편성과 리얼 악기 중심에서 소규모 편성이나 홈레코딩으로 제작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송재호 팀장은 “음원의 홍수 속에서 독창적인 음악성 외에도 다양한 루트의 홍보 역시 필요해졌다. 기획 홍보 디자인 재정 운영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모인 ‘옷장연대’ 등 자생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눈에 띄는 이들도 있다. 묻은 <교회는 요새 습해요> 교회형들 <수련회 다녀와서 한 번 들어줘> 등 교회 현실을 꼬집고 청년들의 취향에 맞는 곡들도 눈길을 끌었다.

공연

기독문화 중 가장 어려운 공연분야에서 <오 마이 갓스>가 명맥을 이었다.
기독문화 중 가장 어려운 공연분야에서 <오 마이 갓스>가 명맥을 이었다.

기독공연의 경우는 작품이나 관객 수 통계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영세한 상황이다. 보통 일반 공연시장 규모의 1%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공연 건수는 약 340건, 관객 수 약 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장기공연하고 있는 기독 뮤지컬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 마이 갓스> <메리골드> <하모니> <라면에 파송송> <바보사랑> 등이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연극은 뮤지컬보다 작품이 훨씬 적은 상황이다.

콘서트는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중견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올해 눈에 띄었다. <김명식 라이브 콘서트> <옹기장이 아카펠라 콘서트> <송정미 30주년 콘서트> 등이 열렸다. <힐송유나이티드X힐송 영 앤 프리 합동 내한 공연> <플래닛쉐이커스 라이브 인 서울>과 같은 내한공연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기독공연의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올해 역시 평일 저녁이면 관객 한 명이 없어 공연 자체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극단 광야 윤성인 대표는 “그래도 기독공연과 콘서트를 꾸준하게 올리고 있는 공감센터나 시온아트홀 작은극장광야 북촌아트홀 신촌세븐파이프홀 등이 있어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공연은 관객과 만나야 진정한 생명을 부여 받는다. 기독공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한국교회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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